증시 활황세인데 우유株 부진…'원유가연동제'에 미래 암울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7-23 17:26:29
매일유업도 코스닥 상승폭 못 미쳐
어린이·청소년 감소 추세에 수입산과 경쟁 격화
원유가연동제로 가격경쟁력 잃어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증권시장은 활황세인데 유독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우유주는 부진하다.
저출산으로 우유를 주로 먹는 어린이, 청소년 등 소비층은 감소하는 데다 수입산 멸균우유에 비해 가격경쟁력까지 뒤처진다. 특히 원유가연동제가 가격경쟁력의 발목을 잡아 시장은 유업계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 남양유업은 23일 전일 대비 0.92% 떨어진 6만4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 6월 2일(7만3700원)보다 12.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7.8% 뛴 것과 대비된다.
코스닥 상장사 매일유업은 이날 종가 3만8500원으로 6월 2일(3만7050원) 대비 3.9% 올랐다. 매일유업은 상승세이나 같은 기간 코스닥 오름폭(9.9%)에 못 미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유주 약세에 대해 "시장은 점점 축소되고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정치적인 문제로 가격경쟁력이 실종된 탓"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유 소비량은 415만3000톤에 그쳐 전년 대비 3.6% 줄었다. 1인당 원유 소비량(80.8㎏)도 같은 기간 3.7% 감소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분유 재고량은 1만2871톤(원유 환산 기준)으로 전년동기보다 79.3% 급증했다. 우유는 신선식품이라 장기보관할 수 없어 미판매분을 전·탈지 분유로 만들어 보관한다. 분유 재고량이 늘어났다는 건 우유 소비가 줄었다는 뜻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우유를 주로 소비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인구가 감소세라 시장 규모도 축소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수입산 멸균우유의 위협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총 4만8671톤으로 1년 전보다 30.3% 늘었다.
수입산 멸균우유의 최대 경쟁력으로는 저렴한 가격이 꼽힌다. 국내산 흰우유 가격은 보통 리터당 3000원대인 데 반해 폴란드, 호주 등에서 수입되는 멸균우유는 리터당 1500원 안팎이다.
30대 직장인 A 씨는 "국내산 우유는 너무 비싸 수입 멸균우유를 주로 먹는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 멸균 처리를 거쳐 머나먼 거리를 날아온 멸균우유가 국내산 우유의 절반 가격이란 건 황당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내년부터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 관세가 철폐된다.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업체들로선 가격경쟁력 격차를 해소할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게 답답한 점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안 팔리면 가격 좀 내려라"라고 요구한다. 유업계 관계자는 "알면서도 가격을 내릴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우유 원료인 원유 가격이 정치적인 이유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도입된 원유가연동제에 의해 원유 가격은 매년 8월 낙농진흥회가 책정한다. 작년 8월 가격은 리터당 1084원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비싸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가격으로도 유업체들은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 현재 유업체들의 매출 원가율은 70~80% 수준이다. 3대 유업체 중 매일유업이 70%대 초반으로 다소 낮은 편이고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남양유업은 70%대 후반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매출원가율이 70%가 넘는다는 건 적자 위험이 꽤 높다는 뜻"이라며 "더 이상 가격을 내릴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래 우유가 안 팔리면 자연히 원유 수요도 줄면서 원유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가 낙농가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서란 명분으로 원유 가격을 고정시켰다"고 지적했다. 결국 농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시장을 왜곡시켰다는 얘기다.
유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 개발, 해외진출, 사업 다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유라 상황이 나아질 거라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래서 투자자들이 우유주 매수를 꺼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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