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빠진 한은…성장세 약한데 가계부채 우려 커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3-27 17:16:22

"서울 집값 상승세 확산 염려…토허제 재지정으로 안심하긴 일러"
의견 갈리는 전문가들…"연내 2회 인하" vs "금리 내릴 때 아냐"

한국은행이 딜레마에 빠졌다. 성장세는 약한데 집값·가계부채 우려가 커 섣부른 기준금리 인하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은 27일 펴낸 '2025년 3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국내 금융시스템은 안정적이고 가계부채는 둔화 추세라고 평가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3년 연속 하락해 지난해 말엔 90%에 근접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달 12일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한 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치솟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마치 용수철이 튀어 오르는 듯한 기세였다"며 다들 놀라움을 표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 은행 대출규제, '비상계엄 사태' 충격 등에도 강남권과 수도권 요지의 집값은 약보합 정도로 버텨냈다"며 "그러다 토허제 해제와 한은 금리인하, 대출규제 완화 등이 겹치자 집값이 무섭게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수도권 요지의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는 실수요가 뜨거웠다"고 분석했다.

 

집값 급등은 곧 가계부채 급증을 불렀다.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4조3000억 원 늘어 지난해 11월(5조 원) 이후 3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5조 원에 달했다.

 

▲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7일 열린 금융안정상황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금융안정상황 설명회에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빠르게 오르며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안정세를 보였던 가계부채 증가폭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깜짝 놀란 서울시가 부랴부랴 지난 19일 토허제 재지정과 확대 조치를 취했으나 안심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토허제 풍선 효과로 주변 지역 집값이 상승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부총재보는 "가계대출 연체율은 안정적이나 취약계층과 자영업자의 상환능력이 저하됐다"고 우려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소득 또는 저신용자인 취약 자영업자 수는 42만7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13.7%를 차지했다. 취약 자영업자 대출은 125조4000억 원으로 1년 해 9조6000억 원 늘었다. 연체율은 11.2%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0, 11월 연속으로 금리를 내렸던 한은은 지난 1월 한 차례 쉬었다가 지난달 다시 금리인하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 기준금리는 2.75%까지 내려왔다.

 

시장은 가계부채 우려로 한은이 4월엔 금리인하를 쉬어갈 것으로 관측한다. 하지만 금리를 거듭 동결하기에는 경기침체가 심각하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기존(1.9%)보다 0.4%포인트나 하향조정한 수치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9%로 유지했다.

 

이 부총재보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금융안정만 보는 게 아니고 성장과 물가도 같이 고려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진퇴양난이니 전문가들의 예상도 갈리고 있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한은이 연내 한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시기로는 3분기를 예측했다. 강 대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하에 미온적이라 한은도 크게 움직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은 전망치에서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2.0%)을 밑돌고 물가상승률은 한은 목표치(2.0%) 이하"라면서 "연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금리를 내릴 때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물가가 안정적이지 않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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