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메리츠화재 '반칙' 알고도 미적대는 금감원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9-03 17:31:09

메리츠화재, KCB 자료 활용해 저신용·저소득자 보험 가입 배제
금감원, 감독지침 어겼는데 "법규 위반한 건 아니다"며 미적거려

"저신용자(신용등급 9, 10등급)나 저소득자(연 소득 3000만 원 이하)는 보험상품에 가입할 권리가 없을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신용·저소득자라 해서 보험 가입을 거절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가난한 자라도 질병, 사고 등에 대한 보장을 원한다면 적절한 보험에 가입하는 게 당연하다.

 

▲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뉴시스]

 

금융당국은 '저신용자·저소득자 배제'를 금지하는 감독지침을 정해 오래전 보험사들에게 공지했다. 금융감독원은 2007년 "신용등급만을 기준으로 보험계약의 인수를 제한하거나 거절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적시했다. 신용등급은 채무자의 채무이행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일 뿐, 보험사고 발생 가능성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신용등급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배제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메리츠화재가 저신용·저소득자의 보험 가입을 배제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KPI뉴스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메리츠화재에 제공한 '소득추정서비스분석' 문서를 최근 입수했다. 문서에 따르면 KCB는 은행·카드사에서 수집한 약 112만 명의 신용정보를 활용할 수 있으며 약 12만 명은 소득정보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렸다.

 

KCB는 나아가 이를 활용해 저신용·저소득자를 선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메리츠화재의 행태를 KPI뉴스에 제보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이 자료를 토대로 저신용·저소득자의 보험 가입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메리츠화재 내부에서도 부당한 차별이라며 논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신용·저소득자란 이유로 보험 가입에서 배제하는 건 가난한 사람을 '잠재적인 보험사기범'으로 취급하는 행태다. 결코 용납해선 안되는 부적절한 처사다. 금감원이 오래전 감독지침을 마련한 배경이다.

 

하지만 막상 감독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했음에도 금감원은 미적거리고 있다. 기자는 여러 금감원 관계자들에게 대응 조치를 물었으나 "우리 담당이 아니다"는 말만 들어야했다. 수차례 전화를 돌린 끝에 대화에 성공한 금감원 보험검사 담당자 A 씨의 태도는 뜨뜻미지근했다.

 

A 씨는 "18년 전에 정한 감독지침인데 그때와 지금은 보험영업 환경이 바뀌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하기 힘든 답변이다. 보험영업 환경이 바뀌면 가난한 사람은 보험에 가입할 권리조차 부정당해도 된다는 건가.

 

그는 또 "감독지침은 법규가 아니라 제재하기 힘들다"고 했다. "현장검사를 나가는 등 감독지침을 지키라고 독려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현장검사는 실시할 수도 있다"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확답은 주지 않았다.

 

메리츠화재가 감독지침을 위반하고 저신용·저소득자를 배제하는 '반칙'을 저지른 것을 알고도 금감원이 방치하면 다른 보험사들에게까지 "저래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자칫 반칙행위가 성행하고 금감원 영은 땅에 떨어질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보험 가입에서 배제당한 피해자들을 양산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 안재성 경제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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