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빚투' 주목하는 대부업체·사채업자들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11-10 17:19:03
"채무자 가족 압박해도 된다는 여론 형성시 지옥 열려"
미국 프로야구(MLB) LA 다저스 소속 김혜성 선수와 관련한 '빚투'(유명인의 채권·채무 관계를 폭로하는 행위)를 대부업체와 사채업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김혜성과 그 부친에 대해 여론이 예상 이상으로 나쁜 반면 흔히 '고척 김 선생'으로 알려진 채권자의 사실상 추심행위에 대해선 우호적이어서다. 이런 흐름이 굳어지면 대부·사채업에 한결 유리해질 거란 전망이 일각에서 나온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개인파산을 통해 면책을 받은 채무자의 자녀를, 그것도 첫 직장을 구하자마자 채권자가 따라다니며 망신 주는 추심행위가 국민적 지지를 받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10일 밝혔다.
| ▲ LA 다저스의 김혜성 선수가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김혜성은 지난 6일 MLB 시즌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한 중년 남성이 플래카드를 들고 등장하자 김혜성은 "저분 막아주시면 열심히 하겠다"며 인터뷰를 중단했다.
김혜성이 거론한 인물은 부친의 빚 변제를 요구한 고척 김 선생으로 알려졌다. 그가 든 플래카드에는 '어떤 놈은 LA다저스 갔고 애비 놈은 파산–면책', '김 선생은 명예훼손 벌금 또 맞고 암세포 가족 곧 천벌 받는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부·사채업계에서는 김혜성 빚투가 지금까지 가수 마이크로닷, 배우 한소희, 축구선수 안정환 등 다른 유명인들 관련 빚투와 두 가지 점에서 크게 다르다고 지적한다.
우선 다른 유명인 부친이나 모친의 빚은 실제로 존재했다. 마이크로닷 부친은 사기죄로 복역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혜성 부친은 개인파산을 통해 모든 채무를 면책받았다. 빚이 아예 사라져 법적으로는 김혜성 부친에게도 채권 추심을 하면 안 된다.
또 다른 경우는 유명해지고 돈이 많아진 다음에 빚투가 터졌다. 하지만 김혜성은 한국 프로야구(KBO)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하자마자 채권 추심행위가 시작된 셈이었다. 연봉 3000만 원도 안 되던 시절부터 고척 김 선생은 따라붙었다. 김혜성이 경기하는 야구장에 찾아와 '느그 아부지한테 김 씨 돈 갚으라고 전해라', '키움빚투 김혜성'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었다. 1인 시위도 여러 차례 행했다.
키움 히어로즈 팬 A 씨는 "나라면 벌써 멘탈이 무너져 직장을 그만뒀을 것"이라며 "7년 넘게 지속된 괴롭힘을 이겨내고 MLB에까지 진출한 김혜성이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그럼에도 여론은 오히려 고척 김 선생에게 호의적이다. 뉴스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SNS) 등에서 네티즌 대부분은 "어서 빚을 갚으라"고 요구한다. "개인파산으로 채무를 면책받았더라도 지금 돈이 있으면 갚아야 한다", "부모가 자식을 부양했으니 자식은 부모 빚을 갚을 의무가 있다", "채권자는 고통 속에 사는데 채무자는 호의호식하는 건 잘못됐다", "고척 김 선생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면 저렇게까지 하겠냐" 등의 글이 보인다. 심지어 개인파산 제도 자체에 의문을 표하는 글도 있다.
"면책받은 사람에게 채권 추심하면 안 된다", "자녀에게 채권을 추심하는 건 연좌제다" 등의 의견도 있으나 소수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김혜성이 공항 인터뷰 당시 손가락질을 한 게 건방져 보였다고 하나 이미 면책받은 채무자의 자녀에 대한 추심 행위가 이 정도로 지지받는 점은 놀랍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까지 전문 추심업체에서 일했던 B 씨는 "사실 고척 김 선생처럼 채무자 가족을 찾아가 '도의적으로 네가 갚는 게 옳다'며 추심하고 직장에 알려 망신을 주는 행위 등은 과거 대부업체, 사채업자 및 전문 추심업체들이 다 했던 짓"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행태에 대한 여론이 나빠 관련 법규가 강화되면서 대부·사채업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었는데 김혜성 빚투 사건을 기화로 흐름이 반전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B 씨는 대부·사채업과 개인 간 채무가 다르단 주장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사채업자는 공인 금융기관이 아니다"며 "즉, 사채와 개인 간 채무는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경찰 수사, 법원 판결 등에도 여론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파산으로 면책받은 채무자에게 추심 행위를 해도 된다", "채무자 자녀가 첫 직장을 얻자마자 채권자가 방문해 망신을 줘도 괜찮다" 등의 여론이 형성되면 대부·사채업 환경이 지금보다 훨씬 유리해질 거라고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혜성 손가락질을 보고 분노한 네티즌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파산으로 면책받은 채무자에 대한 추심행위, 채무자의 자녀 직장에 알려 망신을 주는 행위 등은 사회적으로 결코 용인돼선 안된다"며 "이런 행위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면 지옥이 열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채업자들이 비슷한 짓을 적극 행하면서 많은 죄없는 사람들이 괴롭힘을 당할 거란 걱정이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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