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됐으나…"기간 연장·인하율 확대해야"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4-15 17:19:31
"유가 낮을 때 유류세 인하 중단한 뒤 재개 검토했어야" 지적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더 연장했으나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온다. 주유소업계와 소비자들은 기간을 더 늘리고 인하율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현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천연가스 유가연동보조금을 6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6월 말까지 경유와 LPG 부탄에는 37%, 휘발유에는 25% 인하된 세율이 적용된다. 휘발유는 리터당 205원, 경유는 212원, LPG 부탄은 73원의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유류세 인하 연장은 국내에서 주로 쓰이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는 등 유가가 고공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4월 둘째 주(7~1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673.3원으로 전주보다 26.3원 올랐다. 경유는 리터당 1551.3원으로 11.1원 상승했다.
올 들어 고유가 현상으로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말(1582.6원) 대비 리터당 907원 급등했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리터당 512원 올랐다.
하지만 유가가 더 크게 뛸 가능성이 높아 기존 인하율을 유지하면서 2개월만 연장하는 것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감산 조치를 거듭하는 데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다.
이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밤부터 14일 새벽 사이 이스라엘에 약 300기의 자폭 드론과 탄도·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을 비롯한 다층 방공망으로 자국을 공격한 드론과 미사일의 99%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전면적인 군사 공격을 단행한 것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기점으로 양국이 적대관계로 돌아선 이래 처음이다.
이란은 OPEC에서 세 번째로 큰 산유국이라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확전으로 치달을 경우 유가에 강한 상승 압력을 줄 수밖에 없다. JP모건, 씨티그룹 등 여러 글로벌 금융사들이 연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솟구칠 거라고 예상했다.
CNN방송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란을 겨냥한 어떠한 공격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미 정부 고위당국자가 전했다.
이는 확전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언제든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이 나설 수 있어 중동 지역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태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올해 내내 고유가가 지속될 텐데 2개월 연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최소 6개월 이상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퇴근과 업무상 이동 시 자차를 주로 쓰는 30대 직장인 A 씨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유지돼도 머지않아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00원을 넘을 것 같다"며 "휘발유의 유류세 인하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 펑크'가 우려돼 선뜻 인하 시기를 연장하거나 인하율을 확대하기 어렵다.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만 연장해도 세수가 1조 원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지난해 국세 수입(344조1000억 원)이 세입 예산(400조5000억 원)보다 56조4000억 원 적은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올해도 세수 여건이 녹록지 않은 데다 연초 민생토론회 등에서 발표한 세제·재정 지원 정책이 쌓여 있어 재정적자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 펑크가 심각해 정부가 유류세 인하율을 확대하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지난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까지 내려갔을 때 유류세 인하를 일단 중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류세 인하를 한동안 중단해 세수를 채웠다가 유가가 오를 때 재개를 검토했다면 정부도 부담이 훨씬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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