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급' 늘리겠다는데, 집값은 왜 오를까?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3-09-22 17:34:58
"과거 집값 급등 경험했던 수요자들의 불안심리 작동"
"정책 영향은 제한적, 금리·성장률이 주된 변수" 의견도
정부가 대대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예고했지만, 시장의 심리는 별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아파트 매매가격 지표는 계속 상승 중이다.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되면 가격이 오르고, 반대일 때 가격이 하락한다는 보편적 경제 상식이 국내 부동산시장에는 통하지 않고 있다.
22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9월 셋째 주(1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0.10% 올랐다. 10주 연속 상승이다. 상승폭도 전주(0.09%)보다 커졌다.
서울은 전체적으로 0.12% 오른 가운데 25개 구 모두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 대책 운을 띄운 지도 거의 1개월이 지났다. 지난달 29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공급혁신위원회 회의석상에서 "초기 비상 상황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충분히 압도적으로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주택공급 선행지표'로 취급되는 주택 인허가 실적과 주택 착공 실적이 각각 1년 전보다 39.9%, 54.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자 공급부족으로 집값이 오를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발언이다.
며칠이 지난 이달 6일에도 원 장관은 "비상한 위기의식을 담겠다"며 추석 전에 공급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일반적으로 공급 신호는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오히려 서울 일부지역에 국한돼 있던 상승세가 서울 전체, 수도권 전체를 거쳐 전국으로 퍼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산유국이 원유 생산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기름값이 오르는 격"이라며 의아함을 표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일종의 '절판 마케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공급절벽 이야기가 꾸준히 거론되면서, 과거 주택가격 급등을 경험한 수요자들의 불안심리가 작동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수석위원은 "그간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경험을 한 탓에 실제 정책보다 앞서서 미리 민감하게 인식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재건축아파트 시장의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집 지을 땅이 부족한 서울의 경우 공급을 늘리려면 결국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이런 이유로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먼저 꿈틀거렸고, 시차를 두고 다른 아파트의 가격도 따라 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6~8월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일반 아파트보다 먼저, 더 큰 폭으로 오르며 전체 시장을 선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재건축 아파트는 실수요보다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집주인이 많은 탓에 과거부터 아파트시장의 가격 등락을 먼저 반영하는 일이 많았다.
윤 수석연구원은 "교과서적인 시장의 전제조건은 참여자들이 이성적이라는 가정이지만, 현실에서는 비이성적인 데다 여러 변수도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의 효과 자체를 애초에 회의적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어떤 정책도 시장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은 금리의 흐름이나 경제성장률과 같은 거시경제 변수에 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최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이전 정부에서 시도했던 여러 대책도 결국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전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마찬가지로 거시적 변수가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현시점에서 공급을 늘리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이라고도 언급했다. 그는 "어차피 집값은 정책과 별개로 움직이는데, 이것이 오르는 시점에 공급을 늘리면 경제·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이 발생한다"며 "주택가격이 안정되거나 조정을 받는 시기에 꾸준히 나눠 공급해야 장기적 균형과 안정을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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