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내린 거 맞아?"…은행 대출금리 '제자리걸음'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4-02 17:00:52
"당국 가계대출 규제 여전…대출금리 인하 시간 걸릴 듯"
한국은행이 지난 2월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은행 대출금리는 '제자리걸음'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50~5.96%를 기록했다. 한은 금리인하 직전인 지난 2월 24일(연 3.47~5.97%) 대비 하단은 0.03%포인트 오르고 상단은 0.01%포인트 내렸다.
같은 기간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22~6.27%에서 연 4.13~6.29%로 하단은 0.09%포인트 떨어졌으나 상단은 0.02%포인트 상승했다.
한은 금리인하 후로 은행 주담대 금리에 거의 변화가 없고 상단 또는 하단이 소폭이나마 오른 셈이다.
대출금리와 달리 은행 예금금리는 상당폭 하락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은행 정기예금(12개월) 금리(우대금리 포함)는 연 2.85~3.10%다. 2월 24일(연 2.95∼3.30%)보다 하단은 0.10%포인트, 상단은 0.20%포인트씩 각각 낮아졌다.
대출금리 변화가 거의 없는 까닭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고정형 주담대는 준거금리가 내려가지 않은 탓"이라고 짚었다.
은행 대출금리는 보통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된다. 준거금리는 시중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점포 임대료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더한 값으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우대금리는 고소득·고신용자 등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고정형 주담대 준거금리로는 대개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쓰인다. 지난 1일 기준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연 2.97%로 2월 24일(연 2.98%)보다 0.01%포인트만 하락했다.
한은 금리인하가 채권시장에 하락 영향을 주지 못한 이유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꼽힌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각돼 3월 중 국고채 금리가 꽤 올랐다"며 "이는 금융채 금리에도 상방 압력을 가했다"고 진단했다. 한은 금리인하로 인한 하방 압력이 정치적 불확실성이 야기한 상방 압력으로 상쇄됐다는 것이다.
변동형 주담대 준거금리는 코픽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픽스는 은행 자금조달비용을 반영한다"며 "먼저 예금금리부터 내려가야 코픽스가 떨어지면서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하락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한은 금리인하 후 예금금리가 즉시 낮아진 것과 달리 대출금리 하락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3월 코픽스(2.97%)가 전달보다 0.11%포인트 떨어졌음에도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이 엄격하게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4762억 원 감소했던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2월 들어 3조931억 원 급증해 '붉은 경고등'을 발했다. 3월 증가폭(1조7992억 원)은 2월보다 크게 줄었지만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 12일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하면서 주택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잔금 지급을 위한 대출 실행일까지의 시차를 생각하면 4월부터 가계대출이 재차 급증할 위험이 높다. 또 4월은 봄 이사철이라 전통적으로 대출 수요가 쏠리는 시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임원회의에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과 거래량 단기 급등에 따른 영향이 시차를 두고 3월 후반부터 가계대출에 점차 반영되고 있다"며 "지역별 대출 신청, 승인, 취급 등을 보다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 눈초리가 매서우니 은행이 함부로 대출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며 "가계대출이 우선 안정돼야 금리도 서서히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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