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물가 안정적?…'집값' 빠진 물가지표에 드는 의구심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2-28 17:02:45

국내 물가 통계에 자가주거비 제외…"포함하면 물가상승률 급등"
물가상승률 낮다고 금리 내리다 집값·가계부채 폭등 자초할 수도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2.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시장에서 다수 의견이 올해 한두 차례 추가 인하를 예상하는 걸로 안다"며 "우리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추가 인하를 시사한 것이다.

 

한은 금리인하 배경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률 둔화다.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5%, 물가상승률은 1.9%로 전망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제공]

 

그러나 '1.9%'란 물가상승률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지에는 의문이 든다. 국내 물가 통계엔 집값, 즉 자가주거비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가주거비란 본인 소유 집에 살면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뜻한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세를 줬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임대료 수익, 재산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 유지·관리비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국내 물가 통계에는 집세(전·월세) 등락폭만 반영되고 자가주거비는 빠져 있다.

 

자가주거비를 뺀 이유에 대해 통계청은 "집을 투자자산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주택은 매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경우가 많다"며 "상품이라기보다 투자자산의 성격이 강해 소비자물가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래서는 정확한 통계라고 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7~2020년 집값은 폭등해 '미친 집값'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지역에 따라선 3~4배씩 오른 곳도 다수였다.

 

당시 물가상승률은 2017년 1.9%, 2018년 1.5%, 2019년 0.4%, 2020년 0.5%였다. 집값이 통계에서 제외되다보니 물가가 현실을 반영 못한 셈이다. 특히 당시 한은은 '코로나 사태'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물가상승률은 낮게 나왔다며 2020년 5월 기준금리를 0.50%까지 끌어내렸다. 결과는 전국적인 집값 폭등과 급속도로 불어난 가계부채였다.

 

올해도 이미 집값이 꿈틀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1% 올라 4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상승폭도 2월 둘째 주 0.2%, 셋째 주 0.6%에 이어 넷째 주 0.11%까지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집값 상승세는 잠실·삼성·대치·청담동 강남권이 주도했다. 서울시가 지난 12일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금리까지 떨어지기 시작하면 또 다시 집값 광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 한은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한은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 현재 바닥까지 침체된 내수를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또 자가주거비를 물가 통계에 포함하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한은 관계자는 "자가주거비를 물가 통계에 포함할 경우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주택대출 이자가 증가하면서 물가가 더 뛰는, '어긋난 현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잘못된 물가 통계를 기반으로 금리 정책을 실행하다가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 한은이 5년 전의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 안재성 경제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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