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고에도 가계대출 치중…은행, 기업대출 외면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9-05 17:23:53

1~7월 은행권 기업대출 증가액 31.3조…전년동기比 45%↓
8월 가계대출 증가폭 확대…"中企대출 부실위험 높아"

은행들이 여전히 '이자장사'에 매달리고 있다. 6·27 대출규제에 더해 이재명 대통령 경고도 먹히지 않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24일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 매달리지 말고 투자 확대에 신경 써달라"고 은행권을 질타한 바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7월 은행권 기업대출 증가액은 총 31조3000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56조9000억 원) 대비 45.0% 급감했다.

 

중소기업대출 증가액은 31조7000억 원에서 16조7000억 원으로 47.3% 줄어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증가액(25조3000억 원14조6000억 원, 42.3%)보다 더 축소됐다.

 

▲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경기가 부진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 대기업이 투자를 축소하면서 대출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스스로 대출을 줄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대출에 대해선 "은행이 문호를 좁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소기업대출의 약 88%(14조7000억 원)를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이 취급했다. 민간은행은 중소기업대출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6·27 대출규제 후 잠시 멈칫거리던 가계대출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국내 은행권 가계대출 3조6000억 원 늘었다. 7월 전체 증가폭(2조8000억 원)을 능가하는 수치다. 2분기 내내 가계대출 증가폭이 가파르게 확대되다가 규제 여파로 7월 축소되더니 한 달 만에 다시 확대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은 가계대출을 좋아하고 중소기업대출은 꺼려한다"며 "이재명 정부뿐 아니라 과거 모든 정부가 가계대출은 억누르고 중소기업대출은 장려했음에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가계대출은 수익성이 우수한데 중소기업대출은 그렇지 않은 탓이다. 대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리스크관리인데 중소기업대출의 건전성은 가계대출에 크게 못 미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72%로 가계여신(0.32%)의 2배가 넘는다. 그나마 대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 0.41%로 안정적인 편이나 중소기업여신은 0.90%에 달한다. 0.9% 이상을 기록한 건 지난 2020년 3월 말(0.93%) 이후 처음이라 경기침체가 극심함을 느끼게 한다.

 

6월 말 기준 연체율도 기업대출(0.60%)이 가계대출(0.41%)보다 0.19%포인트 더 높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4%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규제해도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 위험이 높은 중소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엇박자를 내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책임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자 금융당국이 즉시 엄격한 리스크관리를 주문했다"며 "이러면 중소기업대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중소기업대출 확대를 주문하는데 금융당국은 리스크관리를 강조해 엇박자가 나니 영향력이 반감된다는 얘기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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