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벌면 갭투자?…소득 5분위 임대보증금 부채, 1분위 '16배'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12-10 17:10:20
정부, 집값 안정화 위해 갭투자 규제…'사다리 끊기'·'월세 상승' 우려도
소득 5분위(상위 20%)의 임대보증금 부채가 1분위(하위 20%)의 16배에 달하는 등 타 분위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보증금 부채란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 만료 시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전·월세 보증금을 뜻한다. 즉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매)를 한 사람에게 생기는 부채다. 자금 여유가 생기면 갭투자부터 알아보는, 유독 높은 부동산 선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과 국가데이터처, 금융감독원이 공동 조사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소득 5분위의 평균 임대보증금 부채는 7342만 원을 기록했다. 소득 1분위(459만 원)의 16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바로 아래 분위인 소득 4분위(상위 20~40%·2890만 원)와 비교해도 2.5배나 된다.
순자산 분위별로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순자산 5분위의 평균 임대보증금 부채는 9932만 원이었다. 순자산 1분위(141만 원)의 70.4배, 순자산 4분위(2314만 원)의 4.3배다.
유난히 강한 한국인들의 부동산 선호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6678만 원이다. 이 중 부동산이 4억298만 원으로 무려 71.1%를 차지한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부동산은 가격대가 높아 상당한 돈을 모아야 매수를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시가 10억 원 이하 집은 찾기 힘들어 갭투자를 고려하는 수요가 많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소득 5분위에서 갑자기 임대보증금 부채가 급증하는 건 결국 돈이 생기면 갭투자부터 알아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의원, 장·차관 등 소위 '높으신 분'들 중에도 갭투자자가 다수"라면서 "일반 국민들의 수요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주식, 코인 등으로 번 돈이 최종적으로 향하는 곳도 결국 부동산"이라며 "부동산 선호도가 무척 높으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집값 고공비행의 주 원인 중 하나로 갭투자가 항상 꼽혀온 배경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올 초 전세대출 보증비율 축소 안을 발표하며 "약 200조 원에 달하는 전세대출 자금이 투기적인 주택 수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
이재명 정부는 과도한 갭투자를 막기 위해 관련 규제를 점차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 6월 중순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내리더니 7월 말부터는 수도권·규제지역에 한해 80%로 축소했다. 또 '10·15 대책'에서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은 DSR에 포함하기로 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대출 보증 축소는 갭투자를 어렵게 하는 효과가 있다"며 "집값 안정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출 조이기 위주의 정부 정책에 대해 '주거 사다리 끊기'란 비판이 만만치 않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로 살면서 목돈을 모아 집을 사는 게 서민의 전형적인 '내 집 마련' 루트였다"며 "갭투자 규제는 이를 걷어차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정부 정책의 부작용으로 월세 상승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전세대출 규제가 심화될수록 다수 세입자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날 것"이라며 "그러면 월세 가격이 올라 서민들의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전·월세 거래 중 월세거래가 65.9%에 달했다. 전년 동월(60.1%) 대비 5.8%포인트 오른 수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44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2% 상승했다. 사상 최고치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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