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입틀막' 정부의 표현의 자유 '이중 잣대'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 2024-06-25 17:58:00

북한, 다시 오물 풍선 살포…한 달도 안 지났는데 5번째
정부 대응에서 고개 갸웃하게 만드는 부분 세 가지
①심각성 판단의 일관성 여부 ②헌재 결정 자의적 해석 논란
③표현의 자유 보장의 형평성…기존 침해 사례 성찰해야

북한이 지난 24일 밤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또 보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25일 밝혔다. 지난달 28일 1차 살포 후 한 달도 안 지났는데 벌써 다섯 번째다. 

 

▲ 북한이 지난 24일 밤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또 보냈다고 합참이 25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경기 파주시의 한 농막에서 발견된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뉴시스(사진=독자 제공)]

 

오물 풍선 살포는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 사안에 대한 정부 대응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판단의 일관성 여부다. 2차 살포 직후인 지난 2일 대통령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오물 풍선 등을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로 규정했다. 다음 날 국가안보실은 "국민들에게 실제적인 피해와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라며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3차 살포 직후인 9일엔 대통령실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 같은 날 전군은 일요일임에도 비상소집됐다. 휴일에 전군을 비상소집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여기까지는 이 사안을 엄중한 위기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그런데 윤희근 경찰청장은 10일 "오물 풍선을 단순히 날리는 정도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연결 짓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같은 날, 장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수행하며 출국했다.

경찰청장 규정도, 국가안보실 지휘부 행보도 남북 군사 합의 효력 정지, 휴일 전군 비상소집과 같은 조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둘째,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자의적 해석 논란이다. 정부는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재 결정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 판단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헌재 판단은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한 지난해 9월 결정을 가리킨다. 헌재는 대북 전단 살포를 전면 금지하고 위반하면 형사 처벌을 하도록 한 이 법의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대북 전단 살포를 규제하지 않는 근거로 이 결정을 제시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 결정문의 취지는 형벌권을 지나치게 행사해 과잉 금지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지, 전단 살포 규제 자체를 문제라고 판단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앞서 2016년 대법원도 행정부가 경찰관직무집행법과 민법 등에 따라 대북 전단 살포를 제지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셋째, 표현의 자유 보장의 형평성 문제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다가 입이 틀어막힌 채 사지가 들려 쫓겨난 카이스트 졸업생과 국회의원의 '입틀막' 사건을 비롯해 침해 사례로 지적된 사례는 많다.

그와 달리 탈북민 단체들은 대북 전단 살포에서 사실상 완전에 가까운 자유를 누리고 있다. 긴장 고조로 인한 접경지 주민들의 불안감, 오물 풍선으로 인한 차량·주택 파손 등 재산 피해에도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방치한 결과다. '입틀막' 정부의 표현의 자유 '이중 잣대'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입틀막' 사례가 있으니 탈북민 단체의 입도 틀어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표현의 자유 보장의 형평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북 전단 살포 단체의 표현의 자유 보장을 앞세우기 전에 그동안 발생한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들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 김덕련 기자

 

KPI뉴스 / 탐사보도부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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