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대출 늘리면 건전성 악화"…외면하는 4대 은행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11-05 17:09:37

국민·신한·우리은행, 中企대출보다 가계대출 증가율 더 높아
가계대출보다 훨씬 높은 中企대출 연체율…건전성 악화 우려

정부와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앞세워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라고 주문하지만 정작 은행들은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대출을 무리하게 확장하면 '건전성'이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또 다른 하나가 건전성인데 거꾸로 갈 수 없다는 게 은행들의 주장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을 뺀 KB·신한·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모두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 은행은 건전성 악화 우려 탓에 중소기업대출 확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KPI뉴스 자료사진]

 

올해 9월 말 기준 KB국민은행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49조2000억 원으로 전년 말(145조 원) 대비 2.8% 늘었다. 소호(자영업자)대출은 1.3%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2.9%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은 106조1000억 원에서 111조9000억 원으로 5.6% 증가했다.

 

9월 말 신한은행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43조9000억 원으로 전년 말(140조6000억 원)보다 2.4% 늘었다. 소호대출 증가율은 1.7%였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139조5000억 원에서 146조6000억 원으로 5.1%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의 2배가 넘는다. 주담대는 4.3% 늘었다.

 

우리은행 중소기업대출은 아예 감소했다. 125조 원으로 전년 말(133조4000억 원) 대비 6.3% 줄었다. 소호대출은 11.2%나 급감했으나 가계대출과 담보대출은 늘었다.

 

하나은행만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이 가계대출보다 높았다. 작년 말부터 올해 9월 말까지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이 5.7%를 기록해 가계대출(3.5%) 수준을 뛰어넘었다. 주담대는 4.1% 늘었다. 다만 소호대출 증가율은 0.5%에 그쳤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갖은 방식으로 가계대출을 억누르고 중소기업대출을 장려함에도 결과는 정반대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중소기업대출이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89%로 집계됐다. 중소법인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각각 0.97%, 0.78%였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45%로 중소기업대출보다 훨씬 낮다. 주담대 연체율은 0.30%에 불과했다.

 

상승폭도 중소기업대출 쪽이 더 크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 동월 대비 0.11%포인트 올랐다. 중소법인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각각 0.13%포인트, 0.0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과 주담대 연체율은 0.05%포인트, 0.04%포인트 뛰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들어 경기침체가 깊어지면서 중소기업대출은 부실 위험이 더 높아졌다"며 "아무래도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 특히 주담대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담대는 채권 미회수 리스크가 가장 낮은 대출이다. 설령 연체되더라도 담보로 잡은 주택을 경매에 넘기기만 하면 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보통 90%인 미국과 달리 국내 LTV는 최고 70%다. 규제지역에서는 40%에 불과하니 은행이 채권 회수에 실패할 위험은 거의 없는 셈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늘 건전성을 중시한다"며 "그런데 중소기업대출을 함부로 확대했다간 자칫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애초 중소기업대출 확대를 이야기하면서 건전성을 강조한다는 게 모순된 요구"라고 꼬집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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