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이야기"
이성봉
| 2018-07-13 16:48:15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삼청>에서 지난 5일부터 젊은 한국화 화가 좌혜선(1984~ )의 개인전 '가장 보통의 이야기'가 열렸다. 이번 전시회에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먹고 사는 이야기”를 주제로 채색화 7점과 처음 선보이는 목탄 드로잉 연작 15점, 손으로 직접 쓴 짧은 소설 15점 등 37점이 선보였다.
좌혜선 작가는 장지에 분채를 밀도 있게 여러 겹 덧칠하고 다시 닦아내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먹고 살며 일하는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그려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지금까지 천착해오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주제로 ‘가장 보통의 삶’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1층 전시장에서는 유난히 어두운 바탕의 채색화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거리에 서있거나, 어딘가를 바라보고, 걸어가고 있지만 누구인지 명확히 알아볼 수 없는 그림 속 인물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사연들을 추측하고 만들어가도록 한다.
또한 현실과 기억 속 장소가 공존하는 풍경, 그리고 빛과 어두움의 강렬한 대비는 우리에게 평소 익숙한 장면을 낯설게 하며 풍부한 내러티브를 만들어 낸다.
좌혜선은 지하 1층 전시장에서 작가로서 처음 시도하는 목탄 드로잉 연작 15점과 짧은 소설 작업 15점을 선보이며 시각언어를 넘어 문자언어로까지 이야기 전달 방식을 확장한다.
100호 크기의 종이에 반복해 선을 긋고 손으로 문질러 만들어진 흑백의 풍경 드로잉은 각각 단편적인 삶의 모습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들이 하나로 이어져 만들어진 가로길이 2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파노라마 풍경과 인물들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우리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목탄드로잉과 함께 전시된 15편의 소설 작업들은 작가가 방문미술교사로서 가정집에 드나들었을 때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쓴 짧은 1인칭 소설들이다. 각기 타인의 손을 빌어 쓴 이 이야기들은 '가장 보통의 이야기'라는 제목과 달리 결코 평범하지 않은 현실의 단면들을 실감나게 보여줌으로써 삶에 대한 역설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아라리오갤러리 정혜선 큐레이터는 ‘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읽는 가장 보통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소개 글에서 “마치 연극의 정지된 한 장면처럼, 또는 소설 속 한 장면을 그린 삽화처럼 제시된 개별 작품들은 관람자가 그림 속 장면 전후와 보이지 않는 공간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좌혜선의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누군지 알 수 없도록 모호하게 그려진 것이 특징인데, 성별이나 연령대 정도만 가늠할 수 있게 뒷모습만 등장하거나, 표정과 이목구비 등은 알아볼 수 없게 흐릿하다. 정확한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이 인물들은 보이지 않는 사연을 품고 있는 듯 보이며, 상상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평범한 장면들은 이로써 장기적인 생명력을 얻는다.”고 작가의 작품을 소개했다.
좌혜선 작가는 제주에서 출생하여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0년 제1회 개인전과 2015년 제2회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10년 대만 국립국부기념관, 경기도 안산 단원전시관, 2012년 서울 이랜드스페이스, 2016년 아라리오뮤지엄 제주의 그룹전 등에 참여했다.
전시는 8월19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삼청>에서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계속된다.
K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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