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예대금리차 지적해도 당국은 규제 강화…은행만 신나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6-18 17:31:12
"대출규제 탓"…또 역대 최고 수익 기대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 예대금리차를 지적하면서 사실상 가산금리 인하와 우대금리 확대를 요구했음에도 은행들은 마이동풍이다.
거꾸로 우대금리를 축소해 대출금리를 더 인상했다. 차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가운데 은행들은 금융당국 대출규제 탓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51~5.62%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금리인하 전인 지난달 28일(연 3.53~5.16%)과 비교해 하단은 0.02%포인트 내렸지만 상단은 0.46%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38~6.10%에서 연 3.32~6.12%로 역시 하단만 0.06%포인트 떨어지고 상단은 0.02%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은행 대출금리는 역주행한 것이다.
은행들은 앞다퉈 우대금리를 내리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올원뱅크 가입 고객에게 제공하던 우대금리 0.1%포인트를 없앴다. 지원 프로그램 특별우대(0.1%포인트)도 중단했다. 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이하 시 제공하던 우대금리(0.2%포인트) 요건을 LTV 30% 이하로 강화했다. SC제일은행도 영업점장 전결 우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은행 대출금리는 보통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된다. 준거금리는 시중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점포 임대료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더한 값으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우대금리는 고소득·고신용자 등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즉, 우대금리를 축소할수록 은행 대출금리는 상승한다. 앞서 KB국민은행도 같은 형태로 대출금리를 0.26%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은 0.15%포인트, 케이뱅크는 0.29%포인트씩 각각 인상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4일 주재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은행 예대금리차가 다른 나라보다 벌어져 있지 않냐"고 물었다.
은행이 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는 축소하는 식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추궁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이후 예대금리차는 크게 벌어졌고 덕분에 은행 이익은 껑충 뛰었다. 은행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차주들의 원성에 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은행 대출 가산금리를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도 은행들은 되레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리를 올리라고 압박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시중은행 임원들을 불러 가계대출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려면 금리를 인상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니 그대로 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은행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것도 당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금리를 올리라고 압박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이 가계대출 자제를 압박한 건 그만큼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50조792억 원으로 전월말(748조812억 원) 대비 1조9980억 원 늘었다.
이미 가계대출 증가폭이 지난 4, 5월 연속으로 4조 원대를 기록했는데 이대로 가면 6월은 5조 원 초과가 확실시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실행이 주로 월말에 몰리는 걸 감안하면 6조 원에 이를 수도 있다"고 추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파른 집값 상승세를 타고 가계대출 수요도 급증세"라며 "금융당국은 이런 흐름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리를 내리려는 대통령의 의지에 반한 걸까. 그럴 리는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감히 금융당국이 대통령 의사를 무시할 수 있을 린 없다"며 "요새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으니 이 대통령도 일단 대출 억제에 힘을 주는 듯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은행 예대금리차는 축소되긴커녕 더 벌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대형 금융그룹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재차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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