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기준대로 PF채무 따져보니…다른 건설사들도 '위태'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4-03-18 18:05:03
"'장부상 숫자' 나타나지 않을 뿐, 실상은 위험한 현장도 많아"
태영건설의 사례처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를 재무제표상 부채로 반영할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는 건설사가 여럿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UPI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신용평가업계 등을 종합한 결과 최소 3개 건설사에서 자본잠식 우려가 발견됐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1월 제시했던 요주의 대상 건설사 5곳의 PF 우발채무 규모를 각 사 연결제무제표(지난해 3분기)에 적용해 계산한 결과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A건설 3조2000억 원 △B건설 5조4000억 원 △C건설 2조1000억 원 △D건설 1조5000억 원 △E건설 2100억 원 등으로 PF 우발채무 추정치를 제시했다.
재무제표만 봐서 이들 건설사는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지만 'PF 우발채무'를 합하면 일부 건설사의 상황은 달라진다. 우발채무란 현재 채무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경우에 따라 부채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채무다. 건설사의 경우 PF 사업장에 제공한 보증이 대표적이다. 현 상태에서는 시행사의 채무이지만 시행사가 갚지 않으면 건설사의 빚이 된다.
태영건설은 지난 13일 지난해 사업연도 결산 결과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고 공시했는데, 그간 우발채무로 분류하던 PF 사업장 보증채무를 모두 주채무로 바꿔 반영한 결과다.
태영건설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분석 대상으로 삼은 5개 건설사 중 3곳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B건설과 D건설의 자본잠식률은 각각 1401%, 1028%까지 치솟는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의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진 '완전자본잠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건설의 추정 자본잠식률은 17.4%로 '부분자본잠식'이 나타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PF 현장의 우발채무를 모두 건설사의 '장부상 채무'로 보는 것은 극단적인 가정"이라고 말했다. 워크아웃 중인 태영건설처럼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면 PF 우발채무 중에서도 부실위험이 높은 우발채무만 따로 골라내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제시한 PF보증의 통상적 부실 비중(약 50% 수준)을 적용하더라도 E건설과 B건설은 여전히 자본잠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계산이 도출됐다.
PF 우발채무 추정액수의 절반만 적용하면 E건설은 자본잠식률이 266.6%에 달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B건설의 자본잠식률(97.9%)도 100%에 가까웠다.
전문가들은 실제 건설사들의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분기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계산한 숫자가 이 정도였으니, 4분기까지 반영된 연간 실적으로는 숫자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는 "'장부상 숫자'로만 보이지 않을 뿐, 실상은 위험한 상태에 있는 현장이 상당히 많다"고 진단했다.
건설사들의 PF 부실 문제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경고음도 나온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바로 무너진 것이 아니라 불황이 3년 정도 지속되다가 2011년경부터 PF 부실이 터졌다"며 "시행사의 어려움이 건설사로, 건설사의 불황이 다시 금융사로 점점 울타리를 넘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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