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주고 약 주는’ 정부…은행권, ‘횡재세 반대’·신생아 특례대출 환영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11-24 17:27:04
신생아 특례대출 26.6조…“은행, 충분한 이익 내며 자산 성장”
“정부와 금융당국이 병 주고 약 주는 것 같다.”
최근 은행권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요구에 표정이 좋지는 않다. 이미 올해 초 은행권 전체적으로 ‘10조 상생금융’ 안을 내놓고 실천 중인데, 2조 원 가량 추가하라니 손익에 타격이 커 우울하다.
하지만 야당에서 내민 횡재세 법안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정면으로 반대해준 데에는 환영의 의사를 표한다. 법안이 설령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줄 거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 원장은 지난 23일 열린 금융투자협회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최근 논의되는 횡재세 안은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마찬가지라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뚜렷한 반대의사를 표했다.
그는 상생금융을 마을이 어려운 상황에서 거위 알을 나눠 쓰는 것에, 횡재세는 거위 배를 가르는 것에 비유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횡재세 법안은 은행권 초과 이윤 일부를 세금으로 추가 징수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 의원 등은 “고물가·고금리로 국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며 “금융사들이 고금리로 벌어들인 초과 이윤은 서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의 고통으로 이뤄진 만큼 사회에 환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갑자기 추가 세금이 붙는 건 누구나 반겨하지 않는다. 은행들 안색이 파래지던 차에 이 원장이 반대의사를 표하니 다들 반기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4일 “상생금융은 취약계층을 도우면서 은행 이미지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며 “그러나 횡재세는 나라에서 무작정 뜯어가는 거라 거부감이 훨씬 더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익이 줄면 정부에서 메꿔줄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래도 이 원장이 명확하게 반대해주니 한시름 놓았다”며 “대통령도 같은 뜻인 듯 하다”고 웃었다. 이 원장이 윤 대통령의 측근인 점에 주목하면서 이 원장 말을 곧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 의석 수가 압도적이라 밀어붙이기식으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이 반대 입장이라면 거부권을 쓸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내년 1월 출시할 예정인 정책금융상품, ‘신생아 특례대출’에 대해서도 은행권은 기대감이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 규모는 약 26조6000억 원이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주택도시기금에서 8조7670억 원을 직접 융자하고 나머지는 시중은행 재원으로 대출해줄 계획이다.
이 상품은 시가 9억 원 이하 주택 구입 시 연 1.6~3.3% 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빌려준다. 연 소득 1억3000만 원 이하, 자산 5억600만 원 이하 무주택 가구가 지원 대상이다. 연 소득 8500만 원 이하일 경우 연 1.6∼2.7%, 8500만 원 초과 1억3000만 원 이하일 경우 연 2.7∼3.3% 수준의 금리로 대출 가능하다.
대출 실행 후 5년간 저금리가 유지된다. 대출을 받은 후 아이를 낳으면 아이 한 명당 금리가 0.2%포인트 더 내려가고, 저금리 적용기간은 5년 추가된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특례보금자리론과 대출한도는 같지만 대출금리는 1.35~3.35%포인트 가량 더 낮아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리는 매우 낮지만 은행은 손해 볼 것이 없다. 국토부가 이차보전 지원사업을 통해 은행이 직접 대출해줄 때의 금리보다 낮은 부분을 메꿔주기 때문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은 신생아 특례대출에 대해 이차보전을 받을 수 있으므로 충분한 이익을 내면서 자산 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 덕에 은행이 편하게 돈을 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은행의 역대급 수익에는 40조 넘는 특례보금자리론이 공급된 영향도 컸다”며 “내년 신생아 특례대출도 은행 이익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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