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언제까지 은행만 웃게 할 건가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4-28 17:23:27

대출규제로 은행 예대금리차 2~3배 확대
신생아특례대출 공급 규모부터 줄여야

KB·신한·하나 금융그룹은 작년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개가를 올렸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경기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 탓에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신음하고 있다. 은행만 웃고 있는 건 금융당국 대출규제 덕분이다.

 

▲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지난해 6월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대출규모 축소를 요구했다. 은행들은 순종했다. 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는 내렸다.

 

은행 대출금리는 보통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된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점포 임대료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더한 값으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우대금리는 고소득·고신용자 등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즉 당국이 시키는 대로 은행이 하면 대출금리가 올라가 수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은행 이익도 증가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28일 기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36~5.08%, 변동형은 연 4.07~5.59%다. 금융당국이 규제 스위치를 누르기 전인 지난해 6월 말 금리 수준(고정형 연 2.95~5.59%·변동형 연 3.74~6.73%)과 비교해 상단은 낮지만 하단은 더 높다.

 

그 사이 한국은행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인하했음에도 대출금리 하단은 오히려 더 뛴 것이다. 이로 인해 은행 예대금리차는 2~3배나 급등했다. 은행이 돈을 벌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는 이해한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은행만 웃게 하는 규제를 지속해야 할 만한 당위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가계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처럼 금융기관까지 쓰러질 때 심각한 문제가 된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0~100%였던 데 반해 한국은 보통 40%로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대출의 분할상환도 자리잡아 시스템적 리스크로 번질 위험은 별로 없다.

  

또 가계부채가 너무 많이 늘어날 경우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 부진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 탓에 많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미래의 소비 부진이 염려돼 지금 소비 부진을 일으키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꽤 많이 올랐지만 이는 엄연히 정부 탓이다. 작년에는 약 60조 원이나 공급된 정책금융이, 올해 초는 서울시의 느닷없는 토지거래허가제 해제가 집값 상승을 불렀다.

 

정말로 집값이 염려된다면 대출규제가 아니라 정책금융 규모부터 줄여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올해에도 정책금융을 60조 원 가량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심각한 부분은 신생아특례대출이다. 정부는 올해 신생아특례대출 공급 규모를 약 32조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저 연 1%대 금리의 대출이 이리 많이 공급되니 가계부채 증대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신생아특례대출 대상은 소득 요건이 부부합산 연 2억 원으로 매우 넓다. 다른 정책금융과 달리 서민 지원이란 핑계도 댈 수 없다. 소비자에게 고통주는 처방 대신 정책금융 규모부터 축소해야 할 것이다.

 

▲ 안재성 경제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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