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바보야, 문제는 병원의 적자야!"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3-04 17:18:59
필수의료 수가는 현실화하면서 의사 증원 꾀해야…미용의료 개소세 도입 필요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발해 현장을 떠난 전공의 약 7000명에게 3개월 면허정지 조치를 취한다고 4일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면허정지는 불가역적"이라고 강조했다.
점점 더 심해지는 '의료 대란'에 대한 걱정에 앞서 과연 필수·지방 의료 살리기에 대규모 증원만이 유일한 해결책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분명 미용 관련 의료의 소득은 과도한 면이 있고 이는 필수·지방 의료 의사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 미용 일반의(GP·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은 의사)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보통 신입 미용GP 소득은 세후 월 1000만 원 이상인데, 자신은 주 4일만 일하기에 1000만 원에 조금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세후 월 1000만 원은 세전 연봉 1억7000만 원에 해당한다. 대기업 종사자도 20년 이상 일한, 부장이나 임원급은 돼야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는 특히 신입의 급여다. 미용GP가 경력을 쌓으면 소득이 세후 월 1500만~2000만 원까지 부푼다. 세전 연봉 3억~4억 원 수준이다.
의사 사회에서도 보기 드문 고소득이다. 인턴, 레지던트 등 고된 전공의 수련을 거치지 않아도 이런 고소득이 가능한 것이다. 나아가 미용GP의 '워라밸'(일과 삶의 밸런스)은 필수과 의사보다 훨씬 우수하다.
자연히 미용 분야는 의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필수·지방 의료 공백을 야기하고 있다. 현재 약 14만 명의 의사들 중 미용의가 3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사 수가 적을수록 비급여 분야로 몰릴 수밖에 없어 대규모 증원이 불가피하다"며 핵심 비급여 분야로 미용·성형을 꼽았다.
그러나 복지부가 의도적으로 빼놓은 부분이 있다. 미용GP의 과도한 소득 이상으로 필수·지방 의료를 해치는 독소는 과도하게 낮은 필수 의료 수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병원의 적자다.
의사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관상동맥우회술 수가는 7만6385달러(약 1억160만 원)인데, 우리나라는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7323달러(약 974만 원)이다. 독일도 1만7667달러로 우리나라의 2.4배 정도다. 담낭 절제술 수가는 미국 1만6287달러, 독일 6058달러인데 우리는 1147달러다.
또 대한정형외과학회에 따르면, 흔히 무릎 인공관절 수술이라고 불리는 인공 슬관절 치환술의 경우 우리나라 수술 수가는 70만 원에 불과하다. 약 1600만 원인 캐나다와 프랑스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심지어 중국(923만 원)도 우리나라의 10배가 넘는다.
수가가 이리 낮으니 병원은 수술을 할수록 적자가 나는 모순에 처한다. 자연히 병원은 필수 의료 분야 의사를 최소한으로 뽑게 된다. 사명감을 가진 의사가 필수 의료 분야에 종사하려 해도 병원이 채용을 하지 않으니 미용 분야 등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되는 형국이다.
복지부는 "수가가 너무 낮아 적자가 난다"는 의사들의 원성에 20여 년 간 눈을 감았다. 그러다가 필수·지방 의료가 고사 위기에 몰리자 갑자기 2000명 증원 카드를 꺼냈다.
미용 등 비급여 분야에 경쟁을 늘려 해당 분야 의사의 소득을 낮춤으로써 의사들이 필수 의료 분야에 종사하게 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 미용 분야 경쟁 격화까지 최소 10년은 걸리는 점, 미용의 소득이 줄더라도 워라밸이 우수한 건 여전한 점 등이다. 이를 차치하고 복지부 예상대로 일이 풀린다 해도 먼저 병원이 의사들을 고용해야 한다. 의사들이 필수 의료 분야에서 일할 뜻이 있다 해도 자리가 없으면 별무소용이다.
복지부는 구체적으로 필수 의료 수가 현실화도 동시 추진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뒤따를 건강보험료 상승이 지지율에 악재라 윤 대통령이 꺼릴 수 있다. 그렇다면 미용의료에 개별소비세를 도입, 이를 필수 의료 수가 현실화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에게 면허를 정지시키겠다며 '강대강' 대치만 지속하는 건 더한 반발을 부르게 된다. 이보다는 필수 의료 개선을 위한 의지와 명확한 로드맵을 내세우는 게 전공의 설득에도 효과적일 것이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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