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대표’ 증가세, 왜?…“급여·배당으로 편법증여 목적”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10-10 17:30:39

최고 50% 상증세율보다 근로·배당소득 세율 훨씬 낮아
“매년 1~2억 가량 급여·배당 지급하면 10억 이상 아낄 수도”

부동산임대업을 중심으로 최근 미성년 대표이사가 증가세다. 미성년자가 대표 직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힘들기에 사실상 편법증여 수단으로 이야기된다.

 

1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18세 이하 미성년자 사업장 대표는 총 390명이었다. 2018년 말(305명)과 대비 85명 늘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임대업의 미성년 대표가 344명으로 대다수(88.2%)를 차지했다. 숙박·음식점업(13명)이 뒤를 이었고 나머지는 제조업·운수창고통신업·교육서비스업 등이었다. 미성년 부동산임대업 대표는 2018년 말(267명)보다 77명 증가했다.

 

미성년자 대표 중 상위 소득 10명 모두 부동산임대업자였다. 이들의 연 평균 소득은 1억5000만 원에 달했다.

 

최고 소득자는 만 13세 중학생으로 연간 2억8000만 원을 벌었다. 월 10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인 8세 초등학생 부동산임대업자도 있다.

 

▲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법인 대표로 등록돼 매년 수억 원을 벌고 있다.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편법증여 목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게티이미지뱅크]

 

상식적으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경영자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리는 없다. 그런데 왜 굳이 미성년자에게 대표 직함을 주는 걸까.

 

부동산업계와 세무업계에선 모두 “자녀에게 편법증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통상 부동산임대업, 식당 등을 크게 하는 사업자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사업자로 등록한다. 법인세율은 과세표준(과세의 기준이 되는 금액) 2억 원 이하 9% 등 개인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종합소득세율보다 세율이 훨씬 낮기 때문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녀를 대표로 앉히는 ‘꼼수’까지 동원, 상속·증여세까지 아끼려는 것이다.

 

현행 세법에서 상증세율은 1억 원 이하 10%, 1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 20%, 5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 30% 등 상당히 높다. 30억 원 초과 재산에 대해선 50%의 세금을 내야 한다. 대주주 지분을 상속받을 때는 15% 할증이 붙어 최고 65%의 상속세를 감당해야 한다.

 

소득세율도 만만치는 않지만, 상증세율보다는 훨씬 낮아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현행 근로소득세율은 연 1400만 원 이하 6%, 1400만 원 초과 5000만 원 이하 15%, 5000만 원 초과 8800만 원 이하 24%. 8800만 원 초과 1억5000만 원 미만 35%다. 또 자녀에게 현금배당을 하면서 연간 2000만 원 이하로만 조절하면 배당소득이 종합소득세에 포함되는 걸 막아 이자소득세(세율 15.4%)만 내면 된다.

 

일례로 자녀에게 50억 원의 재산을 한꺼번에 상속한다면, 상속세로 15억 원 이상 내야 한다. 그러나 법인을 만들어 매년 1억 원 가량씩 급여와 배당으로 지급하면, 7억~8억 원 가량만 내면 된다. 세금 부담이 절반 이하로 주는 셈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임대업자 중에는 소위 ‘큰 손’들이 많다”며 “대표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녀와 부인을 임원으로 등록해 급여와 배당금을 지급하는 건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세무사는 “자산이 수십 억 이상인 자산가는 법인을 만들어 미리 자녀에게 급여와 배당을 지급해두면 세금 대비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까지 받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50억 자산가가 10억 원 이상 이득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이런 점을 잘 알기에 세무사들이 먼저 매출액이 큰 법인 대표 등 자산가에게 자녀를 대표 등으로 등록해둘 것을 권하는 일이 잦다”고 했다. 미성년 대표는 전부 편법증여 목적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의원은 "현행법상 미성년자 대표 등록이 가능하지만, 편법증여, 국세기본법 14조의 실질과세 원칙 위반 등 탈세 행위가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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