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로 금융소비자도 불편…"당국 가이드라인 나와야"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9-29 17:27:41
"소비자 지원하려 해도 책임질까 걱정…명확한 가이드라인 나와야"
지난 26일 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 전산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금융권에서도 비대면 계좌 개설, 대출 등 여러 업무가 제한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불편 축소를 위해 금융사들이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선뜻 조치를 취했다가 나중에 책임을 지게될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런 만큼 금융당국이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길 원하고 있다.
2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전체 국정자원 서비스 복구율은 4.6%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완전 복구까지 2주 이상 소요될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국정자원 서비스가 멈추면서 당장 공공 마이데이터를 이용하는 일부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 신청이 막혔다. 대출한도 조회도 불가능하다.
우체국은 계좌 개설·이체·출금, 보험료 납입·보험금 지급 등이 전면 중단돼 가장 타격이 크다. 주택금융공사에선 정책모기지·주택연금·주택보증·채무조정 등 행정정보를 이용하는 업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과 증권사에서는 실물 주민등록증, 국가보훈증 등을 통한 본인확인이 불가능해졌다. 운전면허증, 여권, 모바일 신분증 등은 활용 가능하다.
▲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의원들이 화재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지난 28일 방문해 외부 침수조에 냉각작업 중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비대면 계좌 개설, 모바일 일회용 비밀번호(OTP) 발급, 계좌비밀번호 재등록, 비대면 대출 등 여러 비대면업무도 제한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급한 업무라면 되도록 영업점을 방문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같은 의견을 표했다.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더 불편하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괜찮으나 주택담보대출은 과정이 복잡하고 서류도 많이 필요해 비대면으로 진행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은 다들 비대면 주담대를 취급 제한하거나 아예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 해외에서는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한 이체가 제한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 접속 차단 서비스를 해지하면 해외에서도 이체거래를 쓸 수 있다"며 "다만 그 경우 주로 해외 아이피를 이용하는 피싱 공격에 노출될 수 있어 별로 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장에 아직 큰 혼란은 없으나 비대면 거래가 제한되다보니 영업점 방문 고객 수가 크게 늘어 대기시간이 길다"며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국정자원 복구가 늦어질수록 고객 불편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소비자 불편을 줄이려고 금융당국도 고심 중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날 국정자원 화재 관련 금융권 2차 긴급 대응 회의에서 "금융사들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하더라도 사후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비조치의견서 등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먼저 나서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함부로 나섰다가 자칫 책임을 질까 두려워 현장에서 적극 조치하기는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먼저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금융사들이 마음 편히 소비자 보호에 진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면책만 보장되면 은행 등 금융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꽤 많다"며 "부동산 거래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민간에서 가장 큰 애로를 겪는 분야는 부동산 거래다. 인터넷 등기소가 막히니 등기부등본 하나 떼기도 어렵다. 주택을 매수한 뒤 실거래 신고나 등기하는 것도 제한됐다.
주택 매매 전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건 결국 저당에 대해 살펴보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매매 대상 주택에 자행 저당이 잡혀 있는지, 저당액은 얼마인지 등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자사 정보는 확인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평소엔 개인정보라 당연히 은행 등이 관련 정보를 유출할 순 없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이 면책을 보장하면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그 외에도 주담대 필요 서류 축소, 비대면 거래에 실명확인 방법 확대 등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을 통해 처벌에 대한 현장 직원들의 두려움만 가라앉혀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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