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무너지지 않는 '부동산 불패 신화', 왜?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10-25 17:13:34
지방 일자리 창출 및 교육 여건 개선 통해 수요 분산시켜야
"부동산은 끝났다."
"장기 저출산 기조로 미래에 집을 사줄 사람이 없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나갔다. 거주 편익에 집중해야 한다."
"비싼 돈 내고 집을 사서 보유세 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전세로 신축 아파트 옮겨 다니는 게 비용도 저렴하고 훨씬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다."
지금 나오는 '말'들이 아니다. 2009~2016년 유행하던 것들이다. 믿기지 않을 수 있지만, 당시 국민은 지금보다 부동산의 미래를 더 어둡게 봤다. '부동산 불패 신화' 따위는 옛날 이야기로 일컬어졌다. 오죽하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부양을 위해 "빚내서 집 사라"고 권했겠는가.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부동산 불패 신화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 폭등을 야기하면서 집을 안 산 사람들을 삽시간에 '벼락거지'로 만들었다.
신화는 지금도 시장에 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재작년 고점을 찍었던 집값은 작년 하반기 폭락했다. 올해는 연착륙이 필요한 시기다. 그런데 연착륙 수준이 아니라 집값이 재차 급등했다. 하락분을 만회하면서 전고점의 90% 가까이 상승했고 일부 지역은 전고점을 뛰어넘기도 했다.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몇 가지 부양책을 내놓긴 했지만, 그것만으론 설명이 안 된다.
2009~2016년 시기엔 규제가 훨씬 더 약했다. 당시엔 지역·집값에 관계없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70%로 일괄 적용됐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아예 없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가장 낮을 때 1.50%, 가장 높을 때도 3.25%라 지금보다 금리가 낮았다.
그럼에도 그 당시 집을 사지 않던 사람들이 지금은 집을 사고 있다. 왜일까? 사람은 결국 가까운 과거의 기억에 강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리라.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강남 아파트값도 '반토막'나는 광경을 본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 시기에 집을 사는 걸 꺼렸다.
반면 '문재인 정부' 당시 주택 매수를 미뤘다가 한순간에 벼락거지가 되는 걸 체험한 사람들은 집값이 약간 회복하는 기미만 보여도 집을 사러 갔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폭등의 기억이 아직 진하게 남아 집값을 떠받치는 주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그간 거품이 쌓였고 '영끌러'(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람)가 다수라는 점이다. 향후 수 년간 집값이 부진할 경우 영끌러들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집값이 폭락하게 놔둘 수도 없으니 정부가 또 나설 텐데, 자칫 거품만 더 키울 수 있다.
결국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만 들여다봐서는 해결할 수 없다. 올해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수도권 요지의 아파트들만 뛰었다. 인기 없는 지방에선 여전히 집값이 낮아 2억~3억 원에 40평대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만 주택 매수 수요가 쏠리니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셈이다. 사람들이 집을 매수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건 일자리와 교육 여건이다.
실제로 지방 국립대가 인기를 끌고 각 지방마다 명문고등학교가 자리하고 있을 때는 지금처럼 수도권 일부 아파트값이 유독 고공비행하진 않았다.
정부는 무엇보다 지방을 살려야 할 것이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일회성 예산이 아니라 지방에 일자리를 만들고 교육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장기적인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수요 분산으로 집값 거품을 잡을 수 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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