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때문에 해외주식 사는데"…이창용 지적에 '서학개미' 불끈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11-28 16:46:34
원화 가치 하락 위기감에 개인·기업·국민연금 모두 해외투자 확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된 배경으로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지목하면서 서학개미들이 불끈한 모습이다.
한은이 큰 폭의 한미 금리 역전을 장기간 방치하면서 해외주식 인기가 올라간 건데 서학개미를 탓하는 건 견강부회란 지적이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7원 상승한 1470.6원을 기록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덕에 1460원대 중반으로 떨어졌던 환율이 3거래일 만에 반등, 다시 1470원대로 올라섰다.
이 총재는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상승은 한미 금리 역전 때문이 아니라 단지 해외주식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왜 그리 해외 투자를 많이 하냐고 물었더니 '쿨하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우리나라에만 일어나는 유니크한 현상인 듯하다"고 했다.
서학개미들은 격한 분노와 불만을 토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A 씨는 "쿨해서가 아니라 생존하려는 발버둥"이라며 "원화는 '휴지 조각'이 된다는 설이 파다한데 달러화 자산으로 눈길을 돌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개인투자자 B 씨는 "해외주식 인기를 높인 주 원인이 한은"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은이 한미 금리 역전을 장기 방치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이 우려되니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국민연금과 기업도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 총재가 자기 책임을 서학개미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재화처럼 화폐에도 수요와 공급의 원칙은 똑같이 적용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여 유동성을 줄이면 화폐의 가치가 올라가고 반대의 경우는 내려간다.
김중수 전 한은 총재는 "한은 기준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보다 2.00%포인트가량 높은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기축통화인 달러화와 준기축통화조차 되지 못하는 원화는 본래 가치 차이가 크다. 따라서 금리라도 연준보다 높게 해야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연준이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릴 때 한은이 따라 올리지 않으면서 2022년 7월부터 한미 금리가 역전됐다. 역전폭은 점점 커져 2023년 7월엔 2.00%포인트에 달했다. 한은 기준금리가 연준보다 2.00%포인트나 낮은, 비상식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한은은 그 상황을 장기간 방치했다. 이달까지 한미 금리 역전 기간은 3년 4개월째, 역대 최장 기간 지속되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은 1.50%포인트로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큰 수준이다.
그 사이 해외자산 인기는 쑥 올라갔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은 2조7976억 달러로 2022년 9월 말(2조829억 달러) 대비 34.3% 늘었다. 그 중 대외증권투자 잔액은 7071억 달러에서 1조2140억 달러로 71.7% 급증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된 지 3년 만에 대외금융자산, 특히 대외증권투자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 그 전 3년 간 대외금융자산 증가율이 27.0%, 대외증권투자 잔액 증가율은 30.2%였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는 확연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미 금리 역전 후부터 투자자들의 해외로 쏠리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개인투자자들이 해외투자에 열심인 건 사실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16634억 달러로 지난해 말(1215억 달러)보다 36.8% 늘었다.
그러나 해외투자에 힘을 주는 건 개인투자자들만이 아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잔액은 486조4000억 원으로 작년 말(431조 원) 대비 1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채권도 88조3000억 원에서 94조3000억 원으로 6.8% 늘었다.
올해 1~9월 기업 직접투자(한은 집계)는 206억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해외 기업의 국내투자보다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가 더 활발한 양상이다.
개인투자자 C 씨는 "각 경제 주체는 금융시장 흐름에 맞춰 합리적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라며 "해외투자를 줄이고 싶으면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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