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은 다인(茶人)"…충무공 정신 담아낸 '여해다풍' 세계화 나선다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 2025-02-24 06:00:24

[인터뷰] '여해다풍' 1호 박사 하종숙 여해차문화진흥원 원장

'일상 다반사'(日常 茶飯事)란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흔하디흔한 일을 지칭하는 뜻으로 쓰이지만, 실제로는 깨달음을 얻은 옛 선지식이 '참선의 일상화'를 역설적으로 풀어낸 표현이다. '다선일미'(茶禪一味·차가 그대로 진여의 경지)와 상통하는 또 다른 화두인 셈이다. 

 

▲하종숙 여해차문화진흥원 원장 [여해차문화진흥원 제공]

 

이처럼 다(茶)문화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뿐 아니라 정신 수행을 닦는 과정으로 오랜 세월 발전해 왔는데, 최근 부산을 중심으로 이순신 장군의 충무공 정신을 녹여낸 새로운 다풍(茶風)이 점차 확산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다문화에 새로운 차 문화를 주창하고 나선 인물은 '여해차문화진흥원' 하종숙(61) 원장. '여해'(汝諧)는 이순신 장군의 청년 시절 이름(자·字)으로, 충무공에게 다인(茶人)의 스토리를 입힌 것은 그가 처음이다. 

 

하 원장은 단순히 스토리텔링이 아닌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충무공의 차(茶) 사랑을 '여해다풍'으로 집약해 냈다. 그는 지난 2017년 동아대에서 '여해다풍'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은데 이어 조선대에서는 박사 논문까지 통과하면서 오는 25일 박사 학위 수여식를 앞두고 있다.

그의 박사 논문에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명나라 사신들과 다례로 교류한 역사적 사실을 다방면으로 조명하고 있다. 하 원장은 이를 바탕으로 '다인 이순신'의 면모를 설정한 뒤, 충무공 정신을 녹여낸 독창적 행다법(行茶法)을 세세하게 개발해 냈다. 

 

법원 사서직 사무관에 올랐던 40대 초반에 갑자기 이직을 결심한 뒤 20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여해다풍 다(茶) 박사'라는 타이틀을 따내고 무형문화재 꿈을 일궈가는 하 원장의 인생 역정을 직접 들어봤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주말에 이뤄졌다. 

 

▲ 하종숙 원장이 여해차문화진흥원 수료식에서 수강생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해차문화진흥원 제공] 

 

-법원 사서직 공무원에서 '차(茶) 박사'로 변신한 계기는.


"2005년 말 명예퇴직한 뒤 다도에 빠져있던 중에 일반인들도 좀더 쉽게 차문화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어느날 이순신 장군이 머리에 꽂혔다. '이순신 장군이 다인이었다'라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갑자기 난 거다. 그러던 중에 2016년께 부산법원에서 모시던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님과의 우연한 만남이 '여해다풍' 콘텐츠를 창안하게 된 결정적 계기다. 법원 도서관을 찾을 때 가끔씩 이순신 평전을 건네주시던 김 전 헌법재판관이 그 당시 "내가 사업을 하나 하는데 좀 도와주라"는 말씀을 던지셨는데, 나중에야 이순신 사업을 한다는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이순신 전도사'로 유명하다. 2012년 헌법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고향 부산으로 내려온 그는 '23전 23승 신화 같은 전과를 올려 풍전등화 나라를 구한 이순신의 정신을 적용하고 교육한다면 물질만능 세태로 병든 현대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부산대첩의 역사적 의의를 조명하는 작업에 전념했다. 그의 노력은 '여해재단'(2016년 1월)과 '부산대첩 기념사업회'(2018년 4월) 결성으로 이어졌다.

-이순신 장군이 '다인'이었다는 역사적 사실 자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


"사서 경력이 많이 도움됐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다인 이순신 고찰'이란 이름으로 소논문을 먼저 게재했다. 이후 (동아대에서) 석사 논문을 준비하던 차에 김종대 전 헌법재관관님을 (2016년께) 조우한 거다. 그 이후 '이순신 연구'의 최고 전문가인 노승석 위원장(동국대 여해연구소)의 난중일기 완역본을 뚫어져라 탐구했는데, '다인 이순신'에 명확한 근거가 되는 여러 대목을 찾아내고 너무나 기뻐했던 기억이 새롭다"

'난중일기'에 임진왜란 당시 다인으로서의 이순신 면모는 극히 일부분 드러난다. 1594년 4월 17일자 일기에 이순신 장군은 명나라 장군을 전라좌수영에서 맞이할 때 차와 술을 접대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또한 1598년 4월 26일과 10월 4일자에는 차와 다기가 포함된 명나라 장수들의 선물 목록이 적혀있다. 하 원장은 이 같은 여러 정황을 근거로 △장군 자신이 다인으로서 평소 다구를 갖추고 있었고, 명나라 장수들 또한 다인 이순신 장군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인 이순신'이란 콘셉트를 '여해다풍'이란 새로운 차문화 플랫폼으로 구현해 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다풍'(茶風)은 특정 시대, 인물, 집단이 형성한 독창적 차문화를 반영하며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여해 플랫폼은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님이 이순신 장군의 정신으로 정의한 사랑 정성 정의 자력 4가지 가치를 차문화를 통해 실천하는 데 목적을 둔다. 단순히 차 우림 다례(포다·점다)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접목시켜 나갈 계획이다"

 

사단법인 한국예절문화원 부산지부장과 부산여해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해 온 하종숙 원장은 2017년 '여해다풍' 찻자리 방식을 자체 창안하며 여해차문화진흥원을 설립, 현재 국내외에 150명의 정회원을 아우르고 있다. 

 

현재 김해공항 인근에 차문화 갤러리(차곳)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하 원장은 여해차문화진흥원을 교육거점기관으로 삼아, 국내는 물론 재외동포 초청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전통 차문화의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마지막 인사말로 전했다. 

 

"430년 동안 면면히 이어온 충무공 정신과 1500년 전통의 우리 차문화는 역사적·시대적 유산이라는 공통된 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여해다풍은 차례와 다도의 실천적 가치를 통해 이순신 정신을 현대사회에 통합하는 모델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무형문화재까지 지정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 하종숙 여해차문화진흥원 원장이 지난 2022년 8월 26일 하종혁 러시아한글학교협의회 회장과 국제교류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해차문화진흥원 제공]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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