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예방한다더니…악성임대인 명단, 아직도 26명뿐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4-03-15 17:07:21

국토부 "3월까지 90명 추가 공개" 공언했지만, 석 달간 9명 그쳐
전문가들 "지금처럼 하면 실효성 없어…더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정부가 전세사기 재발방지대책의 일환으로 '악성임대인(상습 채무불이행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대상자가 너무 적어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1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안심전세포털과 안심전세 앱의 '악성임대인 조회' 메뉴를 살펴보면 총 26명의 악성임대인 명단이 게재돼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이 명단을 처음 나올 당시 17명의 이름이 있었는데, 약 3개월간 9명이 추가되는 데 그쳤다. 

 

악성임대인 명단 공개는 '주택도시기금법'까지 고쳐가며 만든 제도다.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떼어먹은 집주인이 누구인지 알려 전세사기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였다. 

 

3년간 2회 이상 전세보증금을 미반환하고 채무액이 2억원 이상인 주택임대인이 공개 대상이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도시실장이 "명단 공개로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정부가 공개한 '악성임대인' 명단.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안심전세포털]

 

하지만 공개된 명단의 규모를 보면 전세사기 예방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임차인이 떼인 전세금을 HUG가 대신 갚아준 금액만 해도 작년 10월 이미 4조1000억 원이 넘는다. 그나마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전세계약자가 연간 전세계약자의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작 26명인 명단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첫 공개 당시에도 명단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토부는 "개정 법률을 소급 적용하기 어려운 탓"이라고 해명했다.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 시행일인 9월 29일부터 10월 19일까지 약 20일간 채무불이행이 있었던 악성임대인을 대상으로 골랐기 때문에 숫자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앞으로 공개 대상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2024년 3월까지 90명, 2024년 말까지 450명 수준의 악성임대인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약속이 지켜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국토부 공언대로라면 이달 말까지 90명이 추가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추가된 이름은 겨우 9개뿐이다. 남은 기간을 감안할 때 여기에 81명의 이름이 추가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공개실적이 이달 말까지 목표치의 24.2%에 불과한 이유에 대해 기자는 국토부와 HUG에 여러 차례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 개정과 전세사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이상훈 선임기자]

 

전문가들은 정부가 임대인 명단 공개에 더욱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면 실효성이 없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집수리를 제대로 안 해주기만 해도 명단을 공개할 만큼 일반화돼 있는데, 우리는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 피의자조차도 일반 국민이 누군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단순히 명단을 공개하는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명단 공개뿐 아니라 악성임대인들이 임대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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