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집값' 뺀 물가 통계로 추경 영향 운운할 수 있나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6-12 17:17:22

한은 "속도감 있는 추경 필요…물가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집값 자극 가능성 높은 추경…집값 빠진 통계론 현실 반영 힘들어

한국은행은 12일 "1·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올해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또 "내수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실 집행률을 높이는 게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의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30조 원 규모 '슈퍼 추경'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한은의 입장은 무겁게 다가온다. 대규모 추경 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항상 따라붙는데 이를 한은이 치워준 셈이다.

 

그런데 정말로 추경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까. 설령 물가 통계가 그렇게 나왔더라도 그것이 과연 현실을 반영한 자료일까.

 

▲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추경 등 정부가 확장재정을 추구하면서 풀린 돈은 최종적으로 자산시장, 특히 부동산으로 쏠린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도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확장하고 한은 기준금리를 0.50%까지 내리자 집값이 치솟았다. 다른 나라들도 확장재정이 야기한 부동산 폭등에 시달렸다.

 

문제는 국내 물가 통계엔 자가주거비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자가주거비란 본인 소유 집에 살면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뜻한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세를 줬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임대료 수익, 재산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 유지·관리비 등이 포함된다. 즉, 추경 이후 가장 우려해야 할 집값 변화가 물가 통계엔 잡히지 않는 것이다.

 

시장은 이미 뜨거운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9% 올라 1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5월 첫째 주 0.08%까지 축소됐다가 이후 매주 확장 추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선거 전후로 시장이 눈에 띄게 달아오르고 있다"며 "과거 민주당 집권 시마다 부동산이 폭등했던 경험 때문에 다들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으며 매수자들은 빨리 사자는 분위기"라며 "특히 서울 강남권 등 수도권 요지의 인기가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6월 첫째 주 집값 상승세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주도했다. 송파구는 0.50%, 서초구는 0.42%, 강남구는 0.40%씩 뛰었다. 올들어 지난 5월 말까지 송파구 아파트값은 6.13%(한국부동산원 집계) 급등했다. 강남구는 5.61%, 서초구는 5.17% 올랐다.

 

현재 물가지표는 안정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에 2%를 밑돌았다. 1~4월도 2.0~2.2%에 머물렀다.

 

그러나 연초부터 가파르게 오른 집값을 반영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가주거비를 포함하면 물가상승률이 2%포인트 가량 더 치솟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여기에 추경까지 실행되면 집값이 얼마나 더 뛸까. 물가 통계에서 빠지니까 괜찮다고 안심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

 

물론 깊이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추경은 필수적이다. 동시에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집값이 빠진 물가 통계를 보며 "추경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자위할 때가 아니다.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정문 현판에 '물가안정' 네 글자를 써 붙인 한은과 국민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공급해야 하는 정부 책무다.

 

▲ 안재성 경제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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