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 보이는 이랜드 '직원 갑질'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12-22 17:23:03

송년회 공연 위해 직원에게 춤 연습 강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받는 재계 46위
MZ세대에게 획일적 문화 강요하는 게 문제

이랜드의 '직원 갑질'이 또 논란을 일으켰다. 회장님 행차에 대비해 밤새워 다리미질했다는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송년회를 위한 춤 연습이 문제가 됐다. 연말 송년회의 단체 공연을 위해 수백 명의 직원이 업무시간에 춤 연습을 하고 밀린 업무는 야근으로 메꿨다는 것이다. 결국 고용노동부가 나섰다.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있다고 보고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갔다.

이랜드 직원들 송년행사 위해 춤 연습에 동원

이랜드 그룹은 코로나19 때를 빼고는 매년 연말 '송페스티벌'이라는 송년행사를 열어 왔다. 올해는 구로구의 한 교회에서 송년행사가 진행됐다. 이 행사에서 400여 명의 직원이 공연에 나섰고 관객으로 참여한 직원까지 합치면 1000명이 넘는 직원이 동원됐다고 한다.

문제는 아마추어 직원들의 흥겨운 행사가 아니라 공연을 위해 지나치게 훈련을 시켰다는 데 있다. 닷새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춤과 노래 연습을 했고 밀린 업무는 야근으로 처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나마 올해는 연습기간이 줄어서 닷새였지만 과거에는 한 달 씩 합숙훈련을 했다는 직원들의 증언도 나왔다.

 

▲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과 이랜드 가산사옥 전경. [UPI뉴스 자료사진]

 

고용노동부, 이랜드에 대해 특별근로감독 착수
재계 순위 46위의 이랜드로서는 부끄러운 일


이랜드의 이러한 의혹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특별 근로감독에 나섰다. 특별 근로감독팀을 구성해 22일부터 이랜드 지주사인 이랜드 월드에 대해 현장감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근로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엄정하고 철저하게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은 기업은 장수농협과 더케이텍, 테스크테크, 순정축협 등 4군데다. 이랜드가 다섯 번째로 특별근로감독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앞서 특별근로감독을 받은 기업들은 모두 중소 규모의 기업들이다.

자산 총액이 10조 원이 넘고 재계순위 46위에 해당하는 거대 기업이 특별근로감독을 받게 됐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이랜드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은 그룹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큰 게 사실이다.

불만족 소수 직원을 배려 못하면 또 한 번의 '이랜드 사태' 각오해야

이랜드 측은 '송페스티벌'은 한해의 감사함을 나누는 이랜드 송년문화이고 건전한 기업 문화를 공유하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또 직원들의 참석 여부를 묻고 진행해 왔으며 올해 행사도 참가 직원들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4.3점에 달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불편·불만 사항이나 불만은 무기명 설문으로 조사해 개선하고 있다면서 직원들 모두 즐기고 힐링하는 문화가 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직원들 가운데는 '송페스티벌'에 호감을 가진 사람도 많을 수 있다. 그러나 MZ세대가 직장의 중심으로 등장하면서 대다수 직원이 만족하더라도 불만을 가진 소수를 배려하는 기업 문화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무시한 채 획일적인 문화를 강요한다면 2007년 우리 사회를 어질렀던 '이랜드 사태'가 또 촉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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