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공장도 지연 가능성"…대미 투자 전방위 차질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9-26 17:10:49
"내년 준공 예정 반도체 공장 건설 우려"
폴 크루그먼 "체포 우려되는 국가엔 투자 주저할 것"
한국 기업들의 대미(對美) 투자 과정이 전방위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현지 반도체 공장 건설의 지연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자 문제가 원활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이 추진해온 미국에서의 사업 확대가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지부가 작성한 '조지아 사태 이후 투자 프로젝트 현황과 현지 여론 동향' 보고서를 보면 조선, 철강, 자동차 등 한국 기업의 22개 프로젝트에 차질이 발생했다. 특히 배터리 공장 중심으로 투자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은 최근 현지 언론을 통해 구금 사태가 발생했던 조지아 배터리 공장 건설이 최소 2, 3개월 늦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간 3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76억 달러(약 10조7000억 원) 규모의 현대차 메타플랜트 핵심 시설 건설이 차질을 빚게 된 만큼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지부는 보고서에서 "내년 가동될 예정이었던 반도체 공장은 한국 인력의 비자 확보 과정에서 준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장비 발주 및 한국 기술 인력 파견을 준비 중이었으나 이번 이민 단속 여파로 비자 발급 및 인력 파견 지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에 370억 달러(약 52조2000억 원)가량을 투입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4000억 원)를 투자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위한 반도체 후공정 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양산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워싱턴지부는 "여타 투자 기업들도 미국 출장 중단, 조기 귀국 조치를 지시하는 등 핵심 인력 공백으로 인한 공정 지연 및 현장 운영 차질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중소 장비 업체들의 비자 발급은 더욱 어렵고 인당 약 2000달러(약 280만 원)의 비자 발급 비용 또한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공장 운영에 필수적인 숙련 한국인 기술자 조달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대기업 임원은 전날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세미나에서 "출장은 꼭 필요한 경우로만 줄이고 있으며 당장은 영주권자나 시민권자 인력을 보강해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기업들의 투자 지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진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대미) 프로젝트가 완전히 중단되거나 공식적으로 보류된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비자 문제)가 풀리기 전까지는 많은 인력이 미국에 신규 입국하거나 재입국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현지 경제 전문가나 산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투자 재평가나 전략 재편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 등 대체 생산거점을 검토하는 한편, 현지 채용과 한국 인력 파견 간 균형을 재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계에선 기업들이 미국 내 사업 확장에 더욱 신중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칼럼을 통해 조지아 사태로 인한 외교적 경제적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하며 "내가 경영자라면 기술자가 언제 체포될 지 모르는 국가에 대한 투자는 매우 주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잔 헬퍼 케이스웨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외국인 투자에 '냉각 효과'(chilling effect)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방치돼 온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 외교 노력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무려 140조 원이 넘는 금액이 투입되는 만큼 한국 기업들의 투자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대규모 투자국으로서 한국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국회가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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