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정책 실패' 인정하고 신생아특례대출 중단해야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9-05 17:02:29
집값 상승·가계대출 증가 이끈 건 정책금융…실패 인정해야 해법 보여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폭등의 주 원인으로 전문가 대다수는 민간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진 과도한 혜택을 꼽는다.
취득세 면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로 완화 등 다주택자에게 수많은 혜택을 주니 너도 나도 집을 여러 채 사서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이들의 보유 주택 수가 약 150만 채에 달하면서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폭등을 야기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임대사업자 관련 혜택을 해지해야 한다고 주문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끝까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실수요자들의 수요만 억누르다가 정권 교체를 당했다. 5년 만에 정권이 바뀐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도 요즘 전 정부의 길을 답습하는 듯하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축소를 주문하니 은행들은 금리를 올렸다. 대출금리가 높다는 차주들의 아우성이 쏟아지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갑자기 "금리인상은 쉬운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어쩔 수 없이 은행들은 유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등 일부 대출을 중단·제한했다. 그러자 직장·학업 등의 이유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1주택자, 집주인이 바뀌는 걸 알면서도 전세 계약을 맺은 세입자 등 실수요자들이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자 이 원장은 "1주택자 주담대나 전세대출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업무 지시를 한 뒤 일이 꼬이면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상사가 떠오른다.
애먼 은행만 윽박지르는 건 그만두자. 올해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확대를 이끈 건 모두가 알 듯이 정책금융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디딤돌대출 소득 요건을 완화하고 올해 1월 신생아특례대출을 출시해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6월 은행권이 취급한 주담대 중 60%가 정책금융 상품이었다.
게다가 정부는 본래 부부 합산 1억3000만 원이었던 신생아특례대출 소득 요건을 하반기부터 2억 원으로 확대했다. 내년부터는 2억5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만 닦달해봤자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할 뿐 효과를 보기 어렵다.
물론 정부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진 못했을 거다. 신생아특례대출은 작년 말 극도로 냉각된 시장에 약간의 온기를 불어넣는 수준이 될 것으로 생각했을 법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셋값 오름세, 공급 부족 우려 등과 맞물려 부동산시장에 불을 질러버렸다.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금융이 일으킨 불은 활활 타올라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정책 실패를 받아들여야 할 때다. 인정한 건 과감히 인정하고 신생아특례대출을 중단해야 추가적인 피해 없이 시장 진정을 바랄 수 있으리라.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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