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플라스틱 빨대 계도기간 정한다더니…해 넘긴 환경당국
김경애
seok@kpinews.kr | 2024-01-09 17:55:37
계도기간 발표 약속해 놓고 대출 권유만
말 바꾸기에 플라스틱 옹호까지…"연락도 두절"
종이빨대 생존대책협의회 소속 업체들이 "당장 길에 나앉게 생겼는데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이 말장난이나 하고 있다"며 지난 3일 기자의 이메일로 연락해 왔다. 업체 관계자들은 이후 전화 통화에서 "환경부가 대책을 마련한다고 약속해 믿고 버텨왔는데, 현재까지 어떠한 회신도 오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종이빨대 업체들로선 속이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면서 종이빨대 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처했다. 종이 빨대를 쓰려던 카페 등이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한 종이빨대 업체 대표는 9일 "규제 변경 후 개인 채무를 포함해 10억 원이 넘는 빚을 졌다"고 하소연했다. 설비 투자까지 포함하면 물린 돈이 20억 원에 달하는 업체도 있다고 한다.
소상공인들은 계도기간 확정에 목을 매고 있는데 정작 환경부는 일언반구도 없다. 대출 지원 얘기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이 지난해 11월 20일 주최한 간담회에서 환경부는 "적절한 계도기간이 언제가 좋을지는 조만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두달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하며 결국 해를 넘겼다.
게다가 말바꾸기까지 하고 있다. 당초 환경부는 종이빨대와 플라스틱 빨대 단가 차이를 친환경 규제 변경 사유로 삼았다. 그러나 단가 차이가 크지 않음을 확인하자 이번에는 종이빨대 품질을 문제 삼았다. 음용감이 좋지 않아 소비자가 싫어한다는 것이다. 종이빨대 품질이 플라스틱 빨대에 비해 좋지 않아 종이빨대 사용을 권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는 종이빨대도 일회용품이기에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4일 UPI뉴스와 통화에서 친환경 규제 변경에 대해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 게 제일 크다"며 "종이빨대도 어차피 일회용품이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종이빨대 생산을 환경부가 시킨 것도 아니다"는 면피성 발언까지 내놓았다.
어디에도 느닷없는 정책 변경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현장 애로를 덜기 위해 소통하기는커녕 영세업체들과 기싸움을 벌이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실효성 있는 대책 제시 없이 적당히 돕는 시늉만 내다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게 아닐지 우려된다.
자영업자들의 생사가 걸려 있는 만큼 정부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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