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그덕대는 압구정·성수 재건축, 소송·갈등 잇따라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2025-11-19 17:15:32
성수동, 입찰 조건 놓고 시공사와 마찰 등 잡음
서울 압구정과 성수동 등에 있는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고전하고 있다. 조합과 건설사의 소유권 분쟁이 발생했거나 갈등이 불거지는 이유로 사업 추진이 삐그덕대고 있는 것이다.
19일 현재 압구정 재건축 6개 구역 중 2구역만 현대건설로 시공사를 결정한 상태다.
3.3㎡당 공사비는 1150만 원, 총 공사비는 2조7488억 원으로 책정됐다. 압구정현대 아파트 9차, 11차, 12차를 재건축하는 2구역은 지하 5층 최고 65층의 14개 동으로, 기존 1924가구를 2571가구로 늘릴 계획이다.
다음은 4구역이 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등이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예상 공사비는 약 2조 원이고 총 1722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압구정 4구역 조합 관계자는 이날 "내년 4, 5월쯤 시공사 선정을 할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면서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문을 연말에 낼지는 내부 논의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3구역과 5구역은 토지 소유권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업 부지 일부가 과거 시공사들 소유인 것으로 확인돼 소송전이 진행 중이다. 예상치 못했던 암초를 만난 상황이다.
현대아파트 1~7차, 10, 13, 14차 등이 포함된 3구역은 전체 면적dl 36만187.8㎡다. 이 중 현대 3·4차 단지 부지 일부가 시공사였던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서울시 소유로 돼 있다. 서울시는 4655.2㎡, 현대건설과 HDC현산은 약 2만9367.9㎡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로 2조6000억 원에 달한다.
1970년대 현대건설이 아파트 개발 과정에서 서류상 실수로 건물 소유권만 이전하고 토지 소유권은 놔둔 것이 화근이 됐다. 현대 3·4차 아파트 소유주 125명은 현대건설이 보유한 필지의 소유권을 넘겨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9월 법원은 현대건설에 땅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내용의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지난달 말 법원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 상장사가 법원 결정으로 땅 소유권을 넘겨줄 경우 주주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조합 측은 "일부 조합원들이 현대건설과 소송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1차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고 내년 상반기에 정비계획 고시가 되면 시공사 선정 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토지 소유권 문제가 어떻게 매듭지어지느냐에 따라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대건설이 3구역 재건축 수주 참전 의지를 밝힌 터라 소송에 참여한 조합원들과의 실타래를 어떻게 푸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양 1차, 2차 단지로 묶인 5구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곳은 과거 시공사였던 BS한양(옛 한양)이 일부 토지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양 1차에서 약 179.179㎡, 2차에서 약 427.767㎡가 BS한양 명의로 돼 있다. 조합은 '한양 명의의 한양2차아파트 대지 지분 이전 소송 진행의 건'을 의결하고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5구역은 1978년 준공 당시 한양이 공사를 맡았다. 이 회사는 2004년 보성그룹에 인수돼 사명이 BS한양으로 바뀌었다.
압구정 5구역 조합 관계자는 "BS한양과는 소송을 하기로 결정이 된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일정 등에 대해선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전했다.
압구정 재건축 사업비는 14조 원 이상으로 서울 강남에서도 최대 규모다.
강북 최대 규모인 성수동 재개발 사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8조 원 규모의 사업으로 강북 한강라인 최대 프리미엄이 예상되는 곳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1~4지구) 일부는 올해 시공사 입찰을 진행하려 했지만 조합과 시공사의 마찰, 조합 내부 사정 등으로 대부분 일정이 내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1지구는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의 3파전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현대 측이 조합의 시공사 선정 기준 일부 항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전체 일정이 멈춘 상황이다.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문제를 삼은 조합의 입찰 조건은 △조합원 로열층 우선 분양 제안 금지 △입주시 프리미엄 보장 제안 금지 △조합원 분양가 할인 제시 금지 등이었다. 결국 조합은 기준 변경을 결정했다.
조합과 특정 시공사와의 유착 논란도 불거졌다. 1지구 비상대책위원회가 조합 집행부의 배임과 특정 시공사와의 부적절한 유착 관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성동구의 실태조사가 2주간 이뤄지기도 했다. 무혐의 처분이 났으나 조합 내부의 갈등은 아직 봉합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성수 1지구 조합 관계자는 "각 시공사들과는 조율을 마쳤고, 앞으로 입찰 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2지구는 포스코이앤씨의 홍보 요원과 조합장의 부적절한 접촉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조합원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해 조합장은 지난 7일 사임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당사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며 입찰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2지구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 응찰한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다. 2지구 조합 관계자는 "조합장이 사임을 해서 선관위를 구성하고 있다"면서 "다음 주에 대의원회가 열릴 예정이고 특정 시공사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3지구는 지난 4월 설계사 선정 과정에서 성동구와 마찰을 겪었다. 당시 설계사 입찰에 참여한 해안건축과 나우동인건축컨소시엄에 대해 성동구는 정비계획을 위반한 설계안을 제출했다는 이유로 입찰 무효를 통보했다. 하지만 조합은 판단 권한이 없다며 반발했다. 성동구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조합이 입찰 재공고를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조합은 재입찰에 응한 해안건축과 수의계약 절차를 밟고 있다. 다음 달 20일 총회를 열고 조합원 과반 이상이 찬성할 경우 최종 설계자로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4지구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두산위브·대명루첸 단지 주민들이 재개발 공사로 인해 일조권과 통행권을 침해받는다며 조합으로의 편입을 요구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 성동구청 앞에서 '재개발 지구 편입 촉구'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4지구 조합 측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분양권 배정에서 기존 조합원들이 후순위로 밀릴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성수 4지구 조합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의 재개발 지구 편입 문제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라며 "아직 이사회도 꾸리지 않았기 때문에 시공사 입찰은 내년 상반기 정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대형 정비사업 구역들이 사업 개시를 했는데, 규모가 크다 보니 잡음도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면서 "건설사들은 사실상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상반기부터 대형 수주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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