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때리는 美…삼성 등 韓 기업 전방위 '어부지리'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8-18 16:58:57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주 매출 크게 늘어
중국에 시달리던 디스플레이 업계에도 서광
호황기 전력 업계도 중국산 배제 수혜 기대
미중 바이오 패권 경쟁에 삼바 등 반사 효과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강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반사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부터 전력 기자재, 바이오, 조선업까지 다양한 업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지역 매출은 28조79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조3452억 원에 비해 11%가량 감소했다. 반면 미주 지역 매출은 33조4759억 원으로 14%가량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 삼성디스플레이 사옥 [뉴시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추세다. 중국 지역 매출은 7조3650억 원으로 15% 이상 줄었으나 미주 매출은 27조8344억 원으로 70% 이상 급증했다. 

 

중국의 내수 부양책 효과가 반감되고 현지 반도체 업체들의 점유율이 확대되는 등의 요인 외에도 미국의 제재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SK하이닉스는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AI 칩용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미국 첨단 기업에 공급하는 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 

 

반사 효과는 앞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경쟁업체인 중국 BOE를 상대로 제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근 삼성 측 손을 들어준 것이 대표적이다. BOE는 향후 14년8개월간 미국 시장에 OLED 패널을 수출할 수 없게 됐다. 미국 내 마케팅·판매·광고·재고 판매 등도 모두 금지됐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중국 기업들의 저가 판매로 어려움을 겪던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아이폰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며 높은 점유율과 가격 유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BOE가 애플, HP, 델 미국 업체와 협업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의 교섭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보안을 명분으로 중국산을 배제하려 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달 "중국과 같은 전략적 경쟁국의 해저케이블 사업 참여를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규제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통신용 해저케이블'을 대상으로 했지만 안보 논리가 작용한 만큼 'HVDC(초고압직류송전) 전력용 해저케이블'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해상 풍력 단지에서 육상으로 전력을 이송하는 핵심 설비로 관련 프로젝트 규모가 수조 원대에 이를 정도로 고부가가치 품목이다.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한국 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더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LS전선의 자회사 LS그린링크는 지난 4월 미국 버지니아주에 약 6억8100만 달러(약 9400억 원)를 투자하는 해저케이블 제조 공장을 착공한 바 있다. 

 

태양광 업계은 미국의 반덤핑 조사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데 이어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 생산품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태세다. 중국의 우회 경로로 보기 때문이다. 각각 미국 조지아와 텍사스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과 OCI의 먹거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생물보안법'도 미국 의회에서 재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안보와 관련해 우려되는 생명공학 기업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미중 바이오 패권 경쟁의 한 갈래다. 지난해 하원에서 통과됐으나 상원에서 좌초됐는데 이번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 관점에서 수정안을 발의했다. 현실화될 경우 중국 기업들의 빈 자리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한국 기업들이 대체할 수 있어 보인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연 혹은 재좌초되더라도 산업 전반의 자발적 디리스킹(위험 완화)이 지속되며 기존 중국 기업들과의 협업은 약화되고 국내 기업들의 성장 기회가 포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업의 호황 이면에도 대중국 제재가 작용한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수주점유율은 25.1%로 지난해 동기 대비 8%포인트 크게 높아졌다. 1위인 중국과의 격차는 51.0%포인트에서 26.7%포인트로 좁혀졌다. 미국이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 운영 해운사 등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컨테이너선 건조 수요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이 대중국 제재를 하면서 자국 기업들을 돕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에게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미국 정부는 경영난을 겪는 인텔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입장에서 인텔은 반도체 독립의 핵심적인 요소"라며 "노골적 자국 기업 지원이 (대만의) TSMC나 삼성전자 같은 경쟁사 입장에선 부정적"이라고 짚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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