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지배력 유지 힘들 수도"…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압박↑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9-22 17:13:03

대규모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
"주가 50% 디스카운트 직접적 요인"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방어 더 어려워져
승계 '숙제' 해결 시점…"빠르게 마무리해야"

더 세진 상법으로 인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요 대기업 그룹 중 유일하게 현대차그룹에게만 남은 순환출자 구조의 해소와 정의선 회장으로의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으로 이어진 순환출자 집단이다. 자산총액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약 11조6000억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는 현대차그룹만 해당된다. 

 

▲ 지난해 기아 오토랜드 광명의 국내 첫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 [뉴시스]

 

계열사들이 꼬리를 물듯 출자해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실제 자본금 증가 없이 장부상 자본금만 늘어나는 '가공자본'이 형성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1998년 현대차의 기아 지분 매입, 이듬해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지분 매입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다. 

 

이미 삼성, SK, LG, 롯데 등은 각각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나 자사주 소각 등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최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그룹 중에서도 KG의 순환출자 고리가 지난해 대비 3개 감소했고 태광은 지난 6월 말 모든 고리를 해소한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변화가 없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현재 구조가 글로벌 투자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구조적으로 해외 자금 유입에 불리할 수 있다"며 "순환출자는 현대차·현대모비스 주가에 50% 이상의 디스카운트를 야기하는 직접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가치가 주가에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현대차는 0.5배 수준이라는 것이 이런 디스카운트를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코스피 전체 평균 PBR은 1.1배 수준이어서 격차가 크다. 

 

박 연구원은 "개정 상법은 국내 기업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며 "특히 현대차그룹과 같이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진 대기업들에게는 경영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글로벌 기준에 맞는 투명한 피라미드형 단순 구조로의 전환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방어에도 균열이 갈 수 있다.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 결정적이다. 감사위원회는 회계·내부통제를 감독하는 경영권의 핵심 조직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는 17.9% 지분을 가진 기아가 최대주주이며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7.38%의 지분율 보유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 지분율은 0.33%에 불과하다. 

 

박 연구원은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으로는 새로운 환경에서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오너가 (개정 상법 시행 전) 1년의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우호 지분을 확보하거나 지배구조를 재설계해 경영권 방어책을 마련해야 하는 유인이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에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개편안을 추진했으나 주주들의 반발로 실패했다. 이후 7년간 멈춰서 있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상법 개정을 통해 다시 돌아갈 공산이 커진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상위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상속 계획이 불투명한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여전히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속세 규모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주가가 오를수록 그 부담은 커진다. 삼성그룹은 12조 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매년 분할해 납부해 왔다.

 

박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배력 방어 비용과 법적·주주 압박이 커질 것이므로 승계 일정을 가능한 한 빠르게 마무리할 유인이 강해졌다"며 "승계 절차는 빠르면 빠를수록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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