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김 여사 앞 무뎌진 檢, 기업엔 날 세울까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4-10-18 17:07:36

심우정 총장 취임 한달만에 잇따라 김여사 무혐의
"경제범죄 집중" 공언, 불리한 여론 전환 가능성
땅에 떨어진 신뢰와 공정…檢 조직 존폐의 기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0%대에 이른다. 김 여사는 명품 가방을 받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공개됐는데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지난 1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연루자들이 줄줄이 유죄를 받았는데, 김 여사만 예외였다. 사실에 근거한 상식에 비쳐 국민 다수는 검찰에 대한 신뢰를 접은 것처럼 보인다. 잇따른 검찰의 '면죄부'는 실낱같은 기대마저 태워버렸을 것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달 19일 취임한 뒤 한달도 되지 않아 '태풍의 핵' 두 건을 모두 검찰 손에서 내려놨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 입장에서는 앓던 이가 빠진 셈이지만 국민들에게는 답답함을 넘어 허탈함을 느끼게 한다.

 

이른바 김 여사의 '7초 매도'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연락을 받고 주문한 것처럼 보이지만 시세조종인 줄은 몰랐을 것이라는 검찰의 '변호' 대목은 화룡점정이라 할만하다. 앞서 코바나컨텐츠 부정 협찬 의혹과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사건도 무혐의로 끝난 바 있다.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뉴시스]

 

일각에서 '폐지론'까지 나오는 건 검찰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심 총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키로 하면서 또 한 번의 대결이 시작됐다. 

 

이 와중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검찰은 '최고 권력'은 지켰지만 여론의 바다에서는 고립된 처지다. 어떻게든 활로가 필요하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서 벗어나 기업의 비리를 파헤치는 것이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력 대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징후는 보인다. 심 총장은 취임사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역량을 국가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부패범죄·경제범죄에 집중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 시절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수사했다. 국정농단 사건 때는 이재용 삼성전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의 수사를 주도했다. 검사에서 정치인으로 옮겨오는 주요 자산이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기업 사정 정국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지만 실제로 굵직한 기업 수사는 없었다. 이제는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심 총장 취임 후 실시한 인사에서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 구승모 광주고검 차장 검사가 임명된 것은 기업 사정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그가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으로 근무했고 조현준 효성그룹, 이해욱 DL그룹 회장을 기소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조사부도 올들어 인력을 증원해 기업 수사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남양유업 전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혐의,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영풍·MBK의 쌍방 고소 사건 등을 수사 중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박지영 변호사는 지난 7월 한 세미나에서 "공정에 대한 국민적 감수성이 높고 대통령이 검찰총장 및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 공정거래 수사의 중요성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공정거래 수사 확대는 예견 가능한 상황"이라고 짚기도 했다. 

 

기업의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것은 언제든 박수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미 검찰이 '불공정의 상징'처럼 보이는 터라 염려가 앞선다. 죄가 있더라도 '검찰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맛대로 하는 수사에 당했다'고 항변할 개연성이 높아졌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고 또 다른 파장을 낳게 된다. 지금으로선 검찰의 활로는 물론이고 조직의 존속 여부까지도 불투명해 보인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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