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하라고 인가했더니…저신용자 외면하는 인터넷은행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12-15 16:45:01
"시중은행도 저신용자 챙기는데…인터넷은행은 외면해"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정작 저신용자들을 외면하고 있어 도마에 올랐다.
15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민간 중금리대출 신규 취급 실적이 없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저신용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긴 했는데, 신용점수 501~600점 구간 차주들만 상대했다.
차주들은 보통 신용점수에 따라 801점 이상을 고신용자, 601~800점은 중신용자, 600점 이하는 저신용자로 분류된다.
카카오·토스뱅크는 저신용자 중 그나마 신용도가 좋은 편인, 501~600점인 차주에게만 대출해주고 그 이하 차주는 외면한 것이다. 케이뱅크는 아예 저신용자 모두를 멀리했다.
이는 대형 시중은행보다도 매몰찬 처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 중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신용점수 300점 이하까지, 모든 구간의 저신용자들에게 돈을 빌려줬다.
KB국민은행은 신용점수 301~400점 구간만 제외한 모든 구간에 민간 중금리대출을 취급한 실적이 있다. 하나은행은 저신용자 중 501~600점과 300점 이하 구간에만 민간 중금리대출을 취급한 실적이 있다. 신한은행은 카카오·토스뱅크처럼 신용점수 501~600점 구간 차주들만 상대했다.
인터넷은행들은 대개 시중은행보다 대출금리가 낮다는 걸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저신용자들을 상대로는 그렇지도 않았다.
3분기 신용점수 501~600점 구간 차주 대상 카카오뱅크의 민간 중금리대출 평균 금리는 연 6.13%다. 토스뱅크는 연 6.92%였다.
둘 모두 연 4.43%인 우리은행보다 높다. 농협은행(연 6.51%)은 토스뱅크보다 낮고, 카카오뱅크보다는 높았다. 신한은행은 연 7.06%, 국민은행은 연 7.90%, 하나은행은 연 8.03%를 나타냈다.
지난 2017년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차례차례 만들어진 인터넷은행들의 설립 목적은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중금리대출 활성화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인가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주로 고소득·고신용자들에게 저금리 대출을 진행한다.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권 금리는 너무 높다. 그래서 그 사이에 해당하는, 중금리대출을 공급하려고 인터넷은행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인터넷은행들이 오히려 저신용자들에게 더 야박하게 굴고 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중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은 적극 취급하고 있다"며 "4분기에는 저신용자 대상 대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건전성 이슈 때문에 저신용자 대상 대출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형 은행들은 대출자산 규모가 워낙 커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해도 타격이 그리 크지 않다"며 "하지만 인터넷은행들은 규모가 작아 부실이 조금만 생겨도 연체율과 고정이하자산비율이 훅 뛰어 오른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은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명분으로만 내세웠을 뿐, 실제로는 처음부터 전문직, 직장인 등 고신용자 대상 대출에만 열을 올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금리대출은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비율만큼만 마지못해 채울 뿐,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고신용자 대상 대출과 담보대출"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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