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노총 새 건설노조 추진…위원장은 '건폭'?

전혁수

jhs@kpinews.kr | 2024-06-20 17:17:43

한국노총, 한국건설노조 가입 안건 중앙위에 올리기로
노조위원장, 공동공갈 혐의 집유…억대 횡령 수사도 받아
1심 재판부 "건전한 노동시장 저해…죄질 무겁다" 질타
노총 "조합원들이 선출한 위원장…'된다, 안 된다' 못해"

한국노총이 새로운 건설노조의 산별노조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새 건설노조 위원장으로 내세운 인물이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갈취한 혐의로 지난해 처벌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또 수십억 원대 노조 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부터 일부 노조가 건설현장에서 자행하는 금품 갈취, 채용 강요 등 폭력행위를 일명 '건폭'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대응을 벌여왔다. 정부 잣대로는 새 건설노조 예비 위원장이 '건폭'인 셈이다. 

 

▲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뉴시스]

 

한국노총은 20일 오후 제106차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새 건설노조인 '한국건설산업노조연맹'(이하 한국건설노조) 신규 가입을 안건으로 하는 중앙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한국건설노조는 한국노총 내 건설산업과 관련한 비산별노조를 규합해 구성된 것으로 지난 4월 설립됐다.

 

중앙집행위 과정에서 다수 산하 노조가 반발했으나 한국노총 지도부가 안건을 밀어붙였다는 게 노총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노총 관계자들은 중앙위원회에 가입 안건이 상정될 경우 가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선 한국건설노조가 한국노총 내 새로운 산별노조가 되는 게 유력시된다. 

 

노동계에서 산별노조 의미는 남다르다. 산별노조는 동일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하나의 노조로 조직하는 것을 의미한다. 산별노조가 되려면 2만 명 이상 조합원을 보유해야 한다. 한국노총은 산별노조 위원장을 노총의 당연직 부위원장으로 임명한다. 정부도 각종 교섭에서 산별노조 위원장을 교섭 상대로 인정한다.

 

한국노총엔 지난 2022년부터 건설 분야 산별노조가 존재하지 않았다. 전국건설산업노조(건산노조)가 건설 산별노조로 있다가 2022년 7월 22일 퇴출됐기 때문이다. 당시 퇴출 사유는 위원장인 진병준 씨(구속 수감 중)가 수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그해 7월 7일 구속 기소되면서 한국노총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입이 점쳐지는 한국건설노조가 위원장으로 지목한 이승조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연합노련) 위원장도 진 씨와 마찬가지로 각종 법률 리스크에 휩싸여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노조 간부 신 모 씨와 함께 2020년 10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서울의 20개 공사현장에서 자신의 노조원 917명을 고용하도록 강요하고 근로시간 면제자 급여 등 명목으로 업체들로부터 9412만 원을 갈취한 혐의(공동공갈·공동강요)로 지난해 3월 구속 기소된 전력이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11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건전한 노동시장 저해를 초래해 죄질이 심히 무겁다"고 질타했다.

 

이 위원장은 또 연합노련 산하 노조비를 횡령해 아파트를 구매하는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은 현재 이 위원장을 횡령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한 상태다. 횡령 추정 금액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이 위원장의 범죄 전력과 수사 받는 상황 등을 감안해 한국건설노조의 산별노조 가입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퇴출된 건산노조 사례와 비교해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진병준 전 위원장 때는 한국노총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노조 자체를 내쫓더니, 이 위원장은 형사처벌을 받았어도 관계없다는 것이냐"며 "지도부가 고무줄 잣대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산노조 퇴출 후 건설 분야로 노조 규모를 키운 한국노총 산하 전국섬유유통건설노련(섬유노련)은 지난 달 말과 이달 초 두 차례 한국노총에 한국건설노조의 가입을 반대하는 이의제기서까지 냈다. 한국노총은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다.

 

섬유노련 관계자는 "한국노총은 진 전 위원장 구속기소만으로도 노총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건산노조를 퇴출시켰다"며 "이승조 위원장의 경우는 다르냐"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측은 "한국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이승조 위원장을 선출한 것에 대해 총연맹이 '된다, '안 된다'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노총 측은 "건설 쪽은 신규 가입을 받고 있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기존 회원조합에서 분리가 되는 경우였다"며 "과거에도 이런 전례가 있어 이 사안만 안 된다고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전혁수 기자 jh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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