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극비리 진행된 포스코 해외 이사회…"임원들조차 몰랐다"
송창섭
realsong@kpinews.kr | 2024-01-23 19:51:48
이사들, 헬기 타고 광산 둘러보려 했던 일정도 취소
이사회 고작 1시간…현지법인장 보고 30분간 진행
행사비 3억 현지법인 대납…사내 "워런 버핏 행사냐"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의 '호화 해외 이사회'는 극소수 인원이 기획 단계부터 실제 운영까지 주도하며 극비리에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중요 안건을 심의, 의결하는 일반 이사회 회의와는 여러 면에서 달랐다는 게 내부 인사의 증언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23일 UPI뉴스에 "핵심 위치에 있는 나 조차도 몰랐다"며 "회의를 기획, 진행한 임원 말고 그 누구도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 ▲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지난해 6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스틸 다이나믹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 박모 인재경영팀장, 정모 경영전략팀장 등 3명이 캐나다 이사회 기간(2023년 8월 6~11일) 중 골프, 밴프(Banff)국립공원·루이즈호수(Lake Louise) 관광 등의 일정을 기획했다.
해외 이사회에 참석한 최정우 회장 등 경영진을 수행한 인원도 극히 제한될 만큼 회의가 비밀리에 개최됐다.
포스코의 한 전직 고위 임원은 "회의 때 올라온 안건을 이사들에게 설명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보통 수십 명이 함께 가는 게 일반적인데 기획 및 수행인원도 너무 소수였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당시 이사회 참석 이사들은 현지 광산을 방문키로 했던 일정도 취소하고 골프, 관광 등으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다보니 형식만 이사회였을 뿐 사실상 외유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포스코홀딩스는 통상적으로 포스코 관련 사업장을 둘러보는 형식의 해외 이사회를 연 1회씩 열어왔다. 지난해 이사회는 포스코가 투자한 캐나다 광산과 합작시설을 시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나 광산 시찰은 이뤄지지 않았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헬기를 타고 공중에서 광산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는데, 그마저도 진행되지 않은 걸로 안다"며 "이사회가 캐나다에서 열린다는 것을 임원 그 누구도 몰랐다"고 말했다.
대부분 일정은 관광과 골프 라운딩으로 채워졌다. 이사회와 관련해선 1시간가량 회의를 연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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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합작법인 포스칸(POSCAN) 업무보고도 법인장이 30분가량 브리핑 하는 등 약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도 행사비 중 3억2000여만 원은 포스칸이 부담했다.
포스코 사내에서는 "'워런 버핏(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과의 식사'도 아니고 잠시 브리핑하면서 그 많은 돈을 쓰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질타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포스코홀딩스는 "작년 8월 이사회는 두 달 전 사내 공지됐다"며 "다만 장소와 관련해서는 그동안의 관례처럼 공지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정, 경비 등 나머지 사안은 현재 경찰 조사 중이어서 답을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포스코홀딩스의 '호화 해외 이사회'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이날 고발인을 불러 추가 조사를 했다.
전직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일정에 맞춰 안건을 준비해야 하기에 이사회 일정은 늘 공지하지만 거의 대부분 회의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기에 회의 때마다 장소를 알리지는 않는다"면서도 "시기 등을 감안할 때 회장 3연임을 위한 로비 목적의 이사회였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UPI뉴스는 캐나다 이사회와 관련해 박희재 이사회 의장(서울대 교수)에게 사실관계 확인 차 여러 차례 휴대전화로 연락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KPI뉴스 /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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