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퇴로 열어주니 분당 선도지구서도 하락거래 '속출'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6-02-12 16:52:25
"다주택자들이 지금이 기회라고 판단한 듯"
정부가 다주택자 '퇴로'를 열어주자 급매물·하락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선정된 몇몇 단지에서도 요즘 가격이 꽤 떨어진 하락거래가 이뤄졌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 한 모(55·여) 씨는 "최근 '더시범'(시범우성·현대아파트 및 장안타운건영빌라) 전용 59㎡가 13억5000만 원에 매매됐다"고 12일 밝혔다. 1월에 나온 직전 최고가(15억3000만 원)보다 1억8000만 원 떨어진 수준이다.
분당구 분당동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 진 모(56·남) 씨는 "'샛별마을'(샛별라이프·우방·삼부·동성아파트) 내 59㎡가 며칠 전 13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고 했다. 역시 1월에 기록한 직전 최고가(14억5000만 원) 대비 1억 원 떨어진 가격이다. 두 거래 모두 극히 최근에 이뤄진 매매라 아직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는 올라가지 않았다.
분당 선도지구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중에서도 가장 사업성이 좋기로 유명한 단지들이다. 재건축 진행 속도도 빠르다. 지난달 더시범, 샛별마을, '양지마을'(금호·청구·한양아파트), '목련마을'(대원·성환·두원·드래곤·삼정그린·미원·화성·대진빌라) 네 곳 모두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양지마을은 지난달 31일 재건축 사무소를 개소했다.
기대감이 큰 단지들이라 이미 지난해에만 집값이 수억 원씩 올랐다. 매도인들은 새로운 매물을 내놓을 때마다 거듭 호가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하락거래가 나온 배경에 대해 한 씨와 진 씨는 모두 "다주택자들이 지금이 전월세 낀 주택을 매도할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진단했다.
사업성이 좋은 재건축 단지 아파트는 누구나 최대한 오래 보유하려 하기 마련이다. 미래에 가격이 더 뛰어 많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 중과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망설이던 다주택자들이 갑자기 급매물을 내놓은 건 정부가 퇴로를 열어준 덕분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날을 기준으로 다주택자가 매도한 전월세 낀 주택을 사들인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를 최대 2년 유예해주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관련 보고를 받고 시행령 개정을 지시했다.
한 씨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니 다주택자들은 향후 양도세뿐만 아니라 보유세까지 인상할 거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얼마 전 '보유세 3%' 설이 돈 걸 지적했다. 그럼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규제 때문에 못 팔고 고민하던 차에 퇴로가 열리자 급매물을 내놓았다는 얘기다.
진 씨는 "분당 선도지구 아파트에는 관심 가지는 매수 수요자들이 많다"며 "가격이 너무 뛰어 망설이던 매수 수요자가 급매물이 나오자마자 연락 와 계약이 빠르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주택 매물이 점점 더 늘어나고 집값 하락세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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