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안 보는 기업들…명절 선물세트, 반년도 안 돼 가격 올라

김경애

seok@kpinews.kr | 2023-12-26 17:40:32

사과·배 가격 4개월 만에 20% 올라
기본가 낮추면서 할인 축소하거나 없애기도
가공식품 중 사조대림 3% 내외 소폭 인상

정부가 '물가 안정'을 강조함에도 기업들은 눈치보지 않는 모습이다. 추석이 끝난지 반 년도 채 되지 않아 설 선물세트 가격이 훌쩍 올라 가계 부담을 안기고 있다.

 

▲ 2022년 8월 경기도 시내 하나로마트에 명절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김경애 기자]

 

26일 기자가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2024년 설 선물세트 판매가격을 4개월여 전인 2023년 추석과 비교한 결과 87개 상품에서 가격 관련 변동이 있었다.

 

이번 조사는 선물세트명과 구성품이 동일한 상품들의 정상가와 기본 카드할인, 묶음할인 변동 내역을 집계했다. 배송비와 적립 행사, 상품권 증정 등은 제외했다.

 

배, 사과, 곶감, 한우 등 제수용품 인상폭 커

 

87개 상품 중 12개는 정상가격 기준으로 10% 넘는 인상률을 보였다.

 

정상가가 가장 많이 오른 상품은 '시그니처 나주 전통배'다. 이 과일 선물세트는 6.5kg 배 7~9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추석에 7만4800원에 팔렸는데 올 설에는 9만5800원으로 28.1% 급등했다.

 

이어 '사과 VIP'가 6만5000원에서 7만9800원으로 22.8%, '대성한우 1호'가 11만2500원에서 13만8000원으로 22.7%, '당도선별 사과&배'와 '당도선별 배'가 각각 4만9800원에서 5만9800원으로 20.1%, '함안곶감'이 5만9800원에서 6만9800원으로 16.7% 뛰었다.

 

'저탄소인증 사과&배 혼합 세트(12과)'는 9만3000원에서 10만7000원으로 15.1%, '저탄소인증 사과/배 혼합 세트(9과)'는 4만9800원에서 5만7000원으로 14.5% 올랐다.

 

이마트 관계자는 "수산, 과일 등 신선식품의 경우 변화하는 시세에 맞춰 가격을 책정한다"며 "다만 명절 선물세트는 몇 달 전부터 준비하는 상품이므로 제조·공급업체와 협력해 시세에 비해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이마트 명절 선물세트 인상률 상위 10개 상품. [김경애 기자]

 

87개 상품 중 73개 상품은 카드할인 행사가 적용되는데, 할인 적용 시 판매가의 인상률(또는 인하율)은 상대적으로 소폭이다. 카드할인율이 확대되면서 가격이 오히려 내려간 상품도 있다.

 

인상률을 기준으로 정상가와 카드할인가 간 차이가 가장 큰 상품은 대천맛김 '대천곱창김 세트'다. 정상가는 지난 추석에 비해 4.1%(4만1500원→3만9800원) 떨어졌는데, 카드할인율이 40%에서 30%로 축소되면서 실구입가격은 11.9%(2만4900원→2만7860원) 오른 꼴이 됐다.

 

'오로 마구나수르 올리브 오일 세트'와 '만토바 스프레이 선물 세트'는 정상가가 각 7만1000원으로 지난 추석과 동일하지만 카드할인율이 30%에서 20%로 축소됐다. 카드할인 적용 시 가격은 14.3%(4만9700원→5만6800원) 인상됐다.

 

정상가 낮춘 대신 할인 축소…묶음할인 없애기도

 

정상가를 '대천곱창김 세트'처럼 낮추거나 '오로 마구나수르 올리브 오일 세트'처럼 유지하는 대신 할인혜택을 축소하거나 묶음할인 혜택을 없앤 상품이 일부 있었다.

 

도드람푸드 '더느림 냉장 한돈 모둠 세트'가 대표 사례다. 이 정육 선물세트는 지난 추석 4만9800원에서 올 설 4만5800원으로 정상가를 8% 내렸다. 그런데 기존 카드할인 10%가 없어지면서 실구매가격은 4만4820원에서 4만5800원으로 2.2% 오른 셈이 됐다.

 

이마트 '피코크 고당도 사과'와 '피코크 고당도 왕사과 왕배'도 마찬가지다. 두 상품의 정상가는 각 11만 원으로 지난 추석보다 7.6% 인하됐다. 그런데 카드할인율이 20%에서 10%로 낮아져 결과적으로 가격이 4%(9만5200원→9만9000원) 오르게 됐다.

 

'담터 호두아몬드율무차 120입'도 2만43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정상가가 5.3% 인하됐지만 카드할인 10%가 없어지면서 실구매가격은 5.2%(2만1870원→2만3000원) 올랐다.

 

CJ제일제당 'CJ 스팸복합 5호'와 대한F&B '제주 흑돼지 세트'는 정상가가 두 자릿수 비율로 크게 줄었는데(CJ 스팸복합 5호 30%↓, 제주 흑돼지 세트 10%↓) 카드할인 혜택이 없어지면서 지난 추석과 동일한 가격이 됐다.

 

묶음할인을 없애거나 카드할인으로 변경한 상품도 있었다. CJ제일제당 '유러피안 올리브호(정상가 5만5900원)'는 지난 추석 1+1 묶음혜택으로 구매가 가능했는데 올 설엔 카드할인 40%(할인 적용 시 3만3540원)로 변경됐다.

 

▲ 이마트 명절 선물세트 할인 변동 현황. [김경애 기자]

 

유러피안 올리브호 2개를 할인 행사를 통해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지난 추석엔 5만5900원, 올 설엔 6만7080원을 내야 한다. 이 경우 실구매가격이 20% 오르게 된다.

 

'명품 영광 참굴비 2호(정상가 15만8000원)'는 2+1 묶음할인을 없애고 카드할인 20%를 도입했다. 3개를 할인 행사를 통해 구매하면 지난 추석엔 31만6000원, 올 설엔 37만9200원을 낸다. 이 경우도 실구매가격이 20% 오른다.

 

가공식품 선물세트, 사조대림만 소폭 오름세

 

참치캔, 캔햄, 식용유 등으로 구성된 가공식품 선물세트는 19개 상품에서 변동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사조대림 선물세트 판매가격이 3%내외로 소폭 올랐고 대상과 동원F&B, CJ제일제당은 내려갔다.

 

사조대림 '사조 안심특선 E-61호'는 살코기 참치(135g) 12캔과 라이트팜(115g) 4캔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추석 때 정상가 기준 5만3600원에 팔렸는데 올 설에는 5만5600원으로 3.7% 인상됐다. 

 

'사조 안심특선 E-52호'와 '사조 안심특선 E-55호' 정상가도 지난 추석 대비 3% 올랐다. '사조 안심특선 E-63호'는 6만900원에서 6만2500원으로 2.6%, '사조 안심특선 E-54호'는 5만1900원에서 5만2400원으로 1% 올랐다.

 

▲ 올 설 가격이 지난 추석에 비해 3.7% 오른 사조대림 '사조 안심특선 E-61호'. [쓱닷컴 제공]

 

대상 선물세트 가격은 큰 폭으로 내려갔다. '대상 청정원 종합 4호'는 지난 추석 때 정상가 4만9960원에 팔렸는데 올 설 4만2800원으로 14.3% 인하됐다. 여기에 카드할인 30% 적용 시 3만 원 이하에 구매 가능하다.

 

'대상 청정원 종합 6호'는 3만4000원에서 3만 원으로 11.8%, '대상 청정원 종합 3호'는 3만2800원에서 2만9800원으로 9.1%, '대상 청정원 종합 5호'는 5만4000원에서 4만9700원으로 8% 내렸다.

 

CJ제일제당 'CJ 특선 N호'와 'CJ 특선 선물세트 스페셜 G호'는 6%가량, 동원F&B '동원 스페셜 102호'는 3.6%의 인하율을 보였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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