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기업은 '누구'인가…대선 이후, 그와 그들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6-02 17:28:16
상법 개정 재추진 가능성 커...지주사 주가 상승
'총수 자본주의' 사례 쌓이며 변화 요구 커져
직원, 소비자,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까지 고려해야
알게 혹은 모르게, 새 대통령이 뽑힌다는 것은 어떻게든 각자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투표는 늘 중요하다. 삶의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특히 이번 21대 대선은 여러 모로 시대적 변곡점으로의 의미를 갖는다. 흘러간 유물인 줄 알았던 '평시의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조기 대선인만큼 정치적으로는 근본적 새 질서의 열망이 강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기업은 어떨까. 보다 직접적이다. 경제는 곧 기업으로 인식될만큼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체로 현대 국가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극단적인 예다. 관세를 통해 세계 기업들의 명운을 쥐고 흔든다.
한국에서는 다른 의미에서 도전의 물결이 닥칠 것으로 보인다. '오너 리스크' '코리아 디스카운트'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오래 묵은 표현들이 이제는 임계치에 다다른 듯한 느낌이다. 대선을 기점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제도적 변화 가능성이 크다.
그에 앞서 '기업은 누구인가'에 대해 곱씹어볼 만하다. 추상적 개념을 익숙하게 쓰다보면 그 본질을 망각하거나 편향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사법부라는 추상이 개별 판사들을 통해 현실화되듯이, 기업도 여러 사람의 총합이다.
주주 자본주의 기반에서는 말 그대로 주주 모두가 주인이다. 일부 지분을 가진 총수 일가가 마치 기업 그 자체인 양 치부돼서는 안 된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오류나 착시가 빚어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상법 개정안이 비롯됐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바꿔 회사의 본질적 의미를 분명히 하는 취지가 담겨 있다.
물론 기업의 이해관계자, 즉 직원과 소비자, 채권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까지 포괄하는 입장에서는 주주 권익 강화가 낳을 부작용도 우려한다. 경영계도 단기적인 주가 부양에 치중하면 중장기적 성장을 저해할 것이란 주장을 한다.
하지만 모든 제도가 그렇듯 현실의 수준에 비봐야 한다. 분할을 통한 기업가치의 훼손, 중복상장, CEO의 배임과 횡령 등 끊이지 않는 리스크가 현실이다. 그 이면에는 대주주, 총수 일가의 이익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이해관계자까지는 못 가더라도 적어도 '총수 자본주의'에서는 탈피해야지 않겠느냐는 게 절박한 요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막혔던 상법 개정안 재추진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전체 기업은 아니지만 상장사에 국한한 방식에는 동의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 지주회사들 주가의 고공행진은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경영계는 반대하지만 주주들은 반긴다.
공동체 관점에서 보더라도 기업은 다수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에 기여해야 공적 가치를 갖는다. 사적 이익에 휘둘려서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소수 대주주와 다수의 일반 주주, 직원, 소비자 등을 대비해보면 답은 명쾌하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에 대해 최근 1심 법원은 모두 200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를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SPC삼립에서는 3년도 되지 않아 노동자 3명이 일하다 숨졌다. 이해관계자들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경우는 차고 넘친다. 노동자 권익 보호 강화를 위한 법안들도 대선 이후 주된 화두다.
무한경쟁 시대에 기업의 의사결정권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간 궤적을 놓고 보면 최소한의 견제 장치는 필요하다. 이번 대선은 상대적으로 그늘 속에 있던 '그들'도 기업의 주된 축임을 다시 한번 각인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그래야 성장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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