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쓸어담는 보험사들…'장기 국채 매물' 부족 영향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6-03-13 17:22:25
국채 매물 없어 거래 위축…순매수 비중 56%로 급감
국내 보험사들이 올해 들어 은행·금융채 매수를 대폭 확대했다. 금융당국 규제 강화로 장기 채권 수요는 늘었는데 장기 국채 매물은 부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보험사는 올해 초부터 전날까지 채권을 9조9171억 원 순매수했다. 전년 동기(6조6857억 원) 대비 48.3% 늘었다.
은행채와 금융채 매수가 크게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보험사는 올해 은행채를 9314억 원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76억 원 순매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기타금융채 순매수도 8779억 원에서 1조7585억 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특수채(6127억 원→8716억 원), 회사채(1423억 원→2233억 원), ABS(1506억 원→3472억 원) 순매수도 각각 큰 폭으로 늘었다. 순매수 총액에서 이들 신용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42.2%까지 올랐다. 작년 같은 기간(34%) 대비 8.2%포인트 높다.
반면 국채 매수 규모 증가폭(27.0%)은 상대적으로 신용채권에 못 미쳤다. 보험사의 채권 순매수 총액에서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65.5%에서 56.1%로 9.4%포인트 축소됐다.
새 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후 장기보험 판매가 늘었고 보험부채 만기와 보유자산의 만기를 맞추는 ALM(자산-부채관리) 전략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30년짜리 상품을 팔면 30년짜리 자산이 필요한 식이다.
이 때 30년물 국채를 보유하는 게 가장 확실하고 안전해 작년까지는 보험사들이 국채 매수에 집중했다. 올해 들어 은행채와 금융채 등 신용채권 순매수를 크게 늘린 건 국채 매물이 부족한 영향으로 여겨진다.
금융당국은 당장 내년부터 경영실태평가 항목에 부채와 자산의 시장금리 민감도 차이를 반영하겠다고 못을 받아둔 상태다. 규제 강화를 앞두고 장기 채권 수요는 큰데 신규 국채 발행만 기다릴 수 없으니 차선책으로 신용채권을 산 것이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실무자는 "ALM 관리를 위한 채권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정작 보험사들이 선호하는 20년·30년물 이상 국채는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원하는 만큼 살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채 등 우량한 신용채권은 신용등급이 높은 데다 지급여력 규제상 요구자본 부담도 별로 높지 않아서 알맞은 선택지가 된 듯하다"고 덧붙였다.
국채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점도 신용채권 매수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른 생보사 실무자는 "최근 보험사들은 보험손익에서는 손해를 보고 투자손익으로 이를 메우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수익률이 높은 채권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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