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펀드'가 기업가치 높인다"…한경협과 정반대 분석들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4-10-23 16:44:38
이창민 교수 "M&A 펀드 이미지 덧씌우면 안돼"
국회 논의 중인 지배구조 개선 법안 놓고도 상반
"한경협 보고서와 달리 미국에서 행동주의 펀드로 인해 실적 등 기업가치가 개선됐다는 연구가 다수 있다. 행동주의 펀드와 인수합병(M&A) 펀드의 구분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가 23일 KPI뉴스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옛 전경련)이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관철되면 기업가치는 장기적으로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지난 21일 내놓은 데 대한 반론이다.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를 놓고 찬반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는데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 개혁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권을 위협하는 중대 사안으로 보고 있다. 한경협은 2000년 이후 미국에서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한 경우의 기업가치(토빈Q)를 분석한 결과 단기적으로는 일부 개선됐지만 4년이 지나면 오히려 1%포인트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고용과 투자가 축소된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경협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지배구조 규제 법안이 입법화된다면 행동주의 캠페인의 활성화와 성공 가능성이 크게 증가해 경영권 방어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창민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순기능에 대해서는 대체로 컨센서스(합의된 의견)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행동주의 펀드는 한자릿수 초반의 지분율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그 정도로 어떻게 고용과 투자를 줄이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인수합병 펀드의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워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경협이 기업가치 기준으로 삼은 토빈Q는 미국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제시한 개념으로, 시가총액을 순자산가치로 나눠 산출한다. 실제로 이 기준으로 한경협과 상반된 다른 분석 결과도 있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논문에서 루시언 베브척 하버드대 교수 등이 1994~2007년까지 미국에서 이뤄진 행동주의와 수익성을 분석한 실증분석 결과를 전했다. 토빈Q 평균값은 행동주의가 개입한 연도 2.075에서 5년이 지나면 2.150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총자산이익률(ROA) 평균값도 0.026에서 5년 후 0,057로 급상승했다.
또 매튜 데네스 카네기멜론대 교수 등이 2017년 당시까지 이뤄진 73개의 관련 연구결과를 요약한 결과 행동주의 개입으로 인해 주가에 3∼6%의 비정상수익률이 발생했고 ROA 또는 자기자본이익률(ROE)로 측정한 경영 성과는 개선됐다고 한다.
송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의) 단기 실적주의를 지지하는 실증분석은 거의 없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에서 근로자의 해고는 행동주의 전략으로 등장하기 어렵고 구조조정도 경영진과 주주총회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고 짚었다.
자본시장에서는 한경협과 반대로 행동주의 펀드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가장 중요한 제도적 기반의 하나로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호하는 개념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법 시스템에 의한 주주 보호가 강화됨과 동시에 행동주의 펀드는 사익 추구보다 합리적인 주주 제안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기치로 내건 정부도 행동주의 펀드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행동주의 기관 등과 가진 간담회에서 "주주 행동주의 활동의 증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전제한 뒤 "장기 성장 전략을 기업과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제시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정기주총 기준 주주 제안 접수 안건 수는 2021년 48건에서 2022년 61건, 지난해 108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93건에 이르렀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