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방향성 부재 尹정부 산업 정책, '無無'경제인가?

송창섭

realsong@kpinews.kr | 2024-07-03 17:46:21

정부 출범 후 2년 동안 산업 발전 방향성 제시 없어
국회 탓만 하다 허송세월…남은 시간 수립도 불투명
하나마나한 구호성 정책이라도 있어야 관가 돌아가
이러다간 '아무 것도 안한, 아무 것도 못한' 정부될 듯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도통 모르겠어요. 뭘 어떻게 하겠다는 장기 비전이라도 있어야 공무원들이 일하는 시늉이라도 하거든요. 이 정부 들어와선 그 흔한 '표지갈이'(표지만 바꿔서 정책을 재가공하는 공직사회 모습을 빗댄 말)조차 없으니…."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광진구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 중견 민간연구기관에서 임원을 맡고 있는 연구자는 땅이 꺼질 듯 한 숨을 쉬었다. 일감이 확 줄어서다. 

 

그가 몸담고 있는 기관은 주로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으로부터 연구 용역을 많이 받아 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렇다 할 산업 정책이 없다보니 산단공과 같은 실행부서조차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여파로 민간연구기관은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전 정부는 그나마 내세울 만한 산업 정책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는 그린 뉴딜정책이었다. 반면 현 정부에선 버금가는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부터 산업 정책 부재 조짐이 보였다. 정권 인수위 시절 한 고위 관계자는 당시 기자에게 "윤 대통령은 스타일상 구체성 없고 선전을 위한 요란한 추상적 경제 구호를 싫어한다"며 "어쩌면 윤석열 정부는 특별한 내걸 만한 경제 정책 타이틀이 없는 정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돌이켜 보면 정말 이 약속만큼은 '철석'같이 지켜졌다.

 

그 때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었기에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몰랐다. 결국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물론 구호성 경제정책이 썩 잘됐다고는 평가할 수 없다. 부작용도 제법 있다. 구체성이 결여되면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

 

지적하고 싶은 건 정책의 방향성이다. 우리 경제는 아직까지 '관'(官)의 영향력이 강하다. 정부가 임기 동안 어떤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해줘야 관가(官家)가 움직인다. 또 그에 맞춰 새로운 산업군이 형성된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는 저서 '기업가형 국가'에서 "민간 부문의 투자는 단기로 끝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위험이 높은 혁신 투자는 국가자본에 점차 의존하고 있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보수 정권이 그처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작은 정부론'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그렇게 떠받드는 미국도 인재육성 및 투자와 같은 큰 정책 결정은 연방정부가 한다.  

 

앞서 말한 산단공의 신규 산업단지(산단) 발주 용역은 중앙정부의 방향성이 결정돼야 나온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에 산재된 산단 수만 1233개다. 이중 국가산단 등 66개를 산단공이 관리한다. 나머지는 각 지자체 관할이다. 몇몇은 산단공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곳곳에 흩어진 산단이 노후화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의 한국산업단지공단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전국 471개 산단이 오래되거나 낡아 쓸모 없게 된 것으로 집계됐다. 산단공 관리 산단까지 총망라된 수치다. 시설·제도·인력이 노후화된 '삼로(三老) 산단'이 38%에 달하는 것이다. 

 

집이 헐면 방도 멀쩡하기 어렵다. 산단에서 공장을 돌리는 기업들의 사정이 좋을 리 없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구조고도화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산단 리모델링이 절실한 실정이다. 그 방향성을 제시하는 곳이 바로 정부다. 하지만 현재 뚜렷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여소야대 정국에 막혀 국정 과제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허송세월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당도 문제지만 정부도 욕 먹을 만하다. 그런데 정부는 국회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제 지긋지긋한 남탓은 그만하고 스스로 되돌아봐야한다. 정책 방향성이 없었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부터가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정부가 처한 현실은 막막하다. 대통령 지지율은 20%대에서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지 미지수다. 이대로 라면 산업 정책에 있어선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는 빈털터리 정부가 될 게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의지가 '없는'(無) 것인가, 생각이 '없는'(無) 것인가. 매일 임기가 짧아지고 있다. 

 

▲ 송창섭 탐사보도부장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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