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자체로 기쁨을 준다"…카드사, '지디 카드' 등 희소성 마케팅 강화
하유진 기자
bbibbi@kpinews.kr | 2025-10-27 17:20:33
"프리미엄 카드, 혜택 넘어 브랜드 경험 단계로 진화"
국내 카드업계가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서 '희소성'을 새로운 경쟁 수단으로 내세우고 있다. 연회비나 혜택 수준보다 '한정판', '회원 전용' 등 차별화된 발급 방식을 통해 '소장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닌 '팬덤 수집품'이나 '정체성의 상징'으로 부각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올해 상반기 연회비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8.02% 증가했다. 연회비 기반의 프리미엄 카드 비중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드래곤'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한정판 카드를 다음 달 출시한다. 오는 11월 11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두 달간만 발급할 수 있다. 하나카드의 프리미엄 라인인 '제이드' 기반 2종의 신용카드와 '트래블고' 기반 1종의 체크카드로 구성했다. 신용카드 연회비는 각각 100만 원과 15만 원이다. 연회비에 따라 카드 디자인과 혜택은 상이하다.
신한카드는 지난 24일 키움증권과 제휴해 히어로멤버십 회원에게만 발급 가능한 전용 카드를 내놨다. 키움증권 VIP 프로그램의 등급별 고객에게만 발급 자격이 주어진다. 해외주식 VIP층이라는 한정된 타깃을 겨냥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 '회원 전용''이라는 진입장벽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의 최상위 VIP 멤버십인 '트루 아너스' 회원만을 대상으로 '트루 아너스 아멕스' 카드를 발급 중이다. 일반적인 신규 발급 창구를 열지 않고 최상위 고객 자격이라는 조건을 내세워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해당 카드를 소유하는 것 자체가 롯데백화점의 최상위 고객임을 증명하는 명함 역할을 한다. 이런 폐쇄적 구조를 통해 독점적 가치를 극대화한 것이다.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50대 주부 A 씨는 27일 "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연회비가 높아도 결국 혜택은 다 돌려받는 구조여서 연회비가 높을 만한 가치를 한다"며 "혜택이 확실하면서 '아무나 가입하지 못하는 카드'란 점이 더 가치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B 씨는 "지드래곤의 오랜 팬인데, 지드래곤이 직접 디자인한 카드라고 해서 무조건 발급할 계획"이라며 "카드 혜택이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소장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장 자체로 기쁨을 느낀다는 얘기다.
카드업계는 이런 흐름을 '프리미엄의 재정의'로 보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중저가 프리미엄 카드가 시장에 확산된 만큼 이제는 '갖고 싶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카드'로 전략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프리미엄 카드 시장은 단순히 혜택 경쟁을 넘어 브랜드 경험과 정체성을 소비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특정 집단의 감성이나 가치관에 호소하는 '콘셉트형 프리미엄 카드'가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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