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스·그린벨트 등서 민간 배불리기 논란 잇따라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4-11-04 16:54:45
가스공사 '미수금' 역대 최고, 민간 발전사 이익 급증
그린벨트 유력 후보지 민간 소유 42%
우주항공과 가스, 그린벨트 등 공적 영역에서 민간에 이익을 몰아준다는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민간 주도 성장을 추진해 온 정부 방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체질을 민간 주도 성장으로 바꾸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불거지는 진통이 적잖다. 전국과학기술노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지부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정경유착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인 한화 편들기는 국가 우주개발을 망칠 정도로 도를 넘었다"고 직격했다.
항우연은 국가 항공우주 연구기관으로 누리호의 뒤를 잇는 차세대 발사체(KSLV-Ⅲ)를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방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지식재산권 권리 문제 등으로 공방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민간 주도 우주 개발로 전환하는 '뉴스페이스'를 추진하고 있다. 항우연 노조는 그러나 "한화는 항우연에 차세대발사체 컴포넌트(부품) 별로 누리호 개발 때의 2배는 기본이고 5배, 9배까지 넘는 제작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면서 "정권에 유착한 한국형 재벌식 올드 스페이스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한화는 자신들의 기술 수준과 위치를 깨닫고 자신의 자리에서 국가 우주개발사업에 복무하라"고 했다.
지난달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도 논란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계약 이후부터 (한화가) 돌변해 협력은커녕 지적재산권 공동소유를 주장하면서 분쟁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자 증인으로 출석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입찰공고 때 공동소유라고 돼 있다"며 "작업의 실질 내용을 보면 공동 개발"이라고 반박했다.
노조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영업이익은 2022년 4003억 원에서 지난해 6911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3분기 누적으로 이미 전년 동기 대비 160% 이상 증가한 8322억 원을 거뒀다. 방산 수출 호조로 급격히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천연가스 분야에서도 공공과 민간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사례가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미수금이 14조3718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스공사는 연료비를 가스요금으로 모두 충당하지 못하면 나중에 받을 돈, 즉 미수금으로 분류해 회계상 자산으로 둔다. 2020년 말까지만 해도 6911억 원에 불과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한 2022년에 9조 원 수준까지 급증했고 이후에도 증가세를 이어왔다.
가스공사 부채는 2020년 28조 원에서 올해 6월 기준 44조 원에 이르렀고 연 이자 규모는 8000억 원이다.
반면 민간 LNG(액화천연가스) 7개 발전사(포스코인터내셔널 에너지부문, GS EPS, 파주ES, GS파워, SK E&S, 나래ES, 신평택발전)의 영업이익 합계는 2020년 7331억 원에서 지난해 1조8653억 원으로 150%가량 뛰었다.
공공에만 적용되는 '의무 비축제' 때문이란 지적이다. 동절기 이상한파 등에 따른 급격한 수요 증가와 수입 차질로 인한 예상치 못한 공급 부족 등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때문에 가스공사는 국제적인 가스 현물 가격이 높을 때도 수입할 수밖에 없으나 민간은 수입량을 조절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발전사업자는 연료가격을 포함한 변동비 상승분이 전력도매가격(SMP)에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 아래에서 연료가격 상승 부담을 수요자인 한국전력에 전가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김 의원은 "민간 발전사는 고비용 발전 부담을 공기업 발전사와 가스공사에게 전가했다"며 "민간 발전사의 비축 의무화 및 불이행 패널티 부과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8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따른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꼽히는 서울 세곡동과 내곡동의 40% 이상을 민간이 소유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세곡동·내곡동 토지는 모두 4252필지인데 이 중 개인이나 법인 등 민간 소유는 1792필지로 42%가량이다. 법인 소유는 140필지다.
민간 보유 필지의 올해 공시지가는 1조2307억 원에 달한다. 경실련은 지난 5년간 이 지역 거래 169건 중 80건이 지분 매매였다고 분석했다. 투기 목적으로 분할 매각하는 '지분 쪼개기'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 중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실련은 "그린벨트 해제가 오히려 사익 추구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투기벨트로 만들지 말고 그린벨트 해제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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