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중박' 세계 순위 '경마 중계식 보도'의 그림자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 2026-02-04 16:30:40

작년 관람객 수 기준 세계 3위…올해 더 증가 전망
세계 순위 상승 부각하는 보도, 지난해부터 이어져
경마 중계 연상시키는 접근 방식 적절한지 돌아봐야
처우 열악한 박물관 공무직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이런 흐름대로라면 연말 700만 명 선도 넘을 것 같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3일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올해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전망치다. 1월 관람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정도 늘어난 67만 명임을 근거로 한 판단이다.

유 관장은 관람객 급증에 따른 관람 환경 개선 대책도 제시했다. 개·폐관 시간 조정, 휴관일을 연 3일에서 7일로 늘려 박물관 정비 강화, 온라인 통합 예약·예매 시스템 개발 등이 그것이다. 

 

▲ 사상 최초 연간 관람객 600만 명 돌파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줄 서 있다. [뉴시스]

 

여러 매체에서 유 관장 발언을 보도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이라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위상, '국중박'이라는 줄임말이 낯설지 않게 됐을 만큼 상당수 시민의 일상에서 박물관 비중이 높아진 현실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한 일간지가 기사 제목에서 '국중박 올해 세계 2위 보인다'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이 650만 명에 이르며 연간 관람객 수에서 전 세계 박물관·미술관 중 3위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높은 순위인 2위가 기대된다는 뜻이 담긴 표현이다.

순위 기준은 본부가 영국에 있는 미술 전문 매체 '아트 뉴스페이퍼'의 통계다. 이 통계에서 2024년 8위였던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역대 최다 관람객을 기록하며 3위로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세계적인 K-컬처 열풍,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문화유산을 모티브로 만든 상품인 '뮷즈' 흥행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한 열풍과 흥행에 힘입어 런던의 영국박물관과 테이트 모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을 관람객 수에서 능가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문화를 향유하는 시민이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세계 박물관·미술관에서 관람객 수 기준 순위 상승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듯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이 점점 늘면서 '세계 톱5 꿈 아니다', '세계 4위 올라섰다' 등의 제목을 붙인 기사가 시차를 두고 지속적으로 나왔다. 특정 매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의 매체에서 그러했다. '국중박 올해 세계 2위 보인다'는 그 연장선 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8위에서 출발해 서구의 저명한 박물관·미술관을 하나하나 제치고 세계 3위를 달성했다고 자축하며 이른바 성과를 강조하는 모양새라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경마 중계 또는 올림픽 메달 경쟁을 연상시키는 그러한 접근 방식이 적절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마 중계식 보도가 주를 이루면서 그림자가 더 짙어진 박물관 공무직 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급증과 세계 순위 상승을 부각하는 보도가 넘치는 것과 달리 그곳 공무직의 노동 현실에 초점을 맞춘 기사는 드문 것이 사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약 340명의 공무직이 공무원과 함께 일하고 있다. 전시, 교육, 해설, 행정, 유물 관리, 홍보, 시설 경비·미화 등 박물관 업무 전반에서 공무직이 관여하지 않는 분야를 찾기 어렵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부터 용역업체 소속에서 박물관에 직접 고용되는 공무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급여가 최저 임금 수준이고 장기근속을 해도 초임과 큰 차이가 없는 등 처우가 열악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그런 상태에서 지난해에 관객이 급증하면서 이들의 업무 부담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지침 등에 따라 인력 채용이 몇 년간 제한된 상태였던 점도 부담을 가중한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역대 최다 관람객 기록은 이들의 희생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획기적인 처우 개선 없이 헌신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더 도약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도 사회적으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김덕련 기자.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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