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화가 현애강 "제 작품, 치유의 방편 되길"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 2025-06-24 17:38:16

9월 키아프 단독 솔로부스 대작 10여 점 출품
조각가에서 화가로 에너지 응집한 독창적 추상화풍

빛과 색채를 좇는 '명상화가'로 국내외에 유명한 추상화가 현애강(HyunaeKang,강현애) 선생의 단독부스가 올해 9월 서울에서 열리는 키아프에 마련된다.

1959년 충남 서산에서 출생한 그는 1991년 갤러리 현대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아 왔다. 초기엔 기하학적 현대주의와 유기적 추상을 결합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며 이름을 알렸다. 나중엔 회화로 전환한 후 독특한 추상미술을 선보여 '명상화가'라는 애칭을 얻었다.
 

▲ 현애강 작, Sun 51x61cm Sold [작가 제공]

 

그의 추상화는 독특하다. 두꺼운 물감층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임파스토(impasto)' 기법으로 단순한 물리적 깊이를 넘어 초월적 영적 에너지를 캔버스에 녹여낸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동양적 내적 심화를 서양의 추상 표현주의'로 작품을 승화한다고 설명한다.

그의 이런 작품 세계는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한동안 조각가로 활동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붓을 들기 시작한 후부터 큰 아우라를 발하고 있다. 이제 수십 년 익은 술처럼 인고의 세월은 그의 붓을 통해 캔버스에 고스란히 발현되고 있다.

"전 하늘이 준 힘으로 그림을 그려요. 언제나 자연을 배경으로 삼죠.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제 그림을 두고 명상하기 좋다고 해요. 가끔 작품 앞에서 펑펑 우는 관객들을 보면 잊힌 저의 모든 감각이 다시 깨어나는 듯해요."

▲ 작품 앞에 포즈를 취한 추상화가 현애강 [작가 제공]

 

그의 말처럼 그의 작품은 관객의 깊은 내면을 끄집어낼 수 있는 하나의 '명상'으로 다가온다. 이유는 여럿이 있다. 그가 토한 강렬한 색상들도 그중 하나다.  관객들은 그의 색상들을 보고 마크 로스코와 같은 강한 인상을, 더러는 단출하고 깊은 장맛이 나는 한국의 단색화 거장들의 체취를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다. 사실 그의 작품 핵심은 캔버스에서 탈출하려 일렁이는 응축된 에너지다. "초기엔 하나님과 많이 싸웠다"고 했다. "내 마음의 십자가를 내려놓으려 절절히 기도하며 작품을 하나둘 완성했다"는 거다. 작품 속에 일상적이지 않은 에너지가 넘실대는 이유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이제 붓으로 캔버스 위의 에너지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이지만, 도미한 후 한동안 그는 붓을 내려놓고 10여 년 두문불출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시 자기 속에 감춰진 샘이 차오르자 미친 듯이 작품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 'Art Miami 2024' Boccara gallery (booth Am316)가 꾸린 추상화가 현애강의 부스 [작가 제공]

 

세월이 흐르고 그는 여러 주제와 다양한 시리즈로 많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지평선, 달무리, 썬라이즈 등 그의 시선은 언제나 자연을 향했다. 어쩌면 그는 이를 통해 절대자가 발산한 삼라만상의 에너지를 캔버스에 하나의 응축된 에너지로 담아 갈급한 자기 영혼의 십자가를 내려놓으려 몸부림쳤는지도 모른다.

애초 조각가로 미술계에 발을 디딘 덕분에 시야가 넓어진 그에게 재료도 거침이 없다. 물감 외에도 모래, 크리스털, 금가루, 진주 가루 등 여러 소재를 사용한다. 여러 재료를 사용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물감만으로 표현하기 힘든 에너지를 형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대부분 '대작'이란 점이다. 올해 키아프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들도 200호에 달하는 작품뿐만 아니라 대다수 100호에 이르는 대작들이다. 사실 작가라면 누구나 대작을 욕심부릴 만하다. 대작이 주는 '쾌'는 감당하기 힘든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욕심만으로는 될 순 없다. 작업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애초 대작을 품을 만한 그릇을 가지지 못한 작가에겐 언감생심이다.

 

"더러는 미친 듯 매달려 3주 만에 완성하기도 하지만 몇 달 혹은 몇 년씩 하나의 작품과 싸우기도 하죠. 어떤 때는 전시가 끝난 후에도 맘에 찰 때까지 작품을 고치기도 해요." 

 

▲ 추상화가 현애강의 다양한 작품들 [작가 제공]

 

그의 작품은 하루에 네 번 옷을 갈아입는다. 시간마다 다른 방향으로 침입하는 햇빛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모네의 '수련'처럼 빛에 따라 모습이 천양지차다. 저녁 실내조명에 맞고 여러 별빛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는 작품 속에 창조주처럼 여러 장치를 숨겨놓았다.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 산다. 로프트 건물 두 동엔 대형 작업실을 꾸렸다. 산꼭대기엔 200평 규모의 집을 지어 마치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공간을 꾸몄다. 작가로서 못다 이룬 건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예술가로서의 갈급함은 언제나 사슴과 같다. 사실 이런 그의 갈급함은 그가 현대 예술의 관습을 벗어날 용기를 가지게 했다. 그의 작품이 단순히 단색화의 계보를 연장한 추상미술이 아니라 동시대 예술의 차별화된 색상과 질감을 극대화한 독특한 추상미술의 한 방향을 향하고 있는 이유다.

선생은 인터뷰 내내 자기 작품처럼 넘치는 에너지를 뿜어냈다. 인터뷰 말미엔 "제 작품이 누군가에겐 치유의 방편이 되길 바란다"며 자신이 그토록 갈구하며 '저 높은 곳을 향해 몸부림치는 이유'를 고백했다.

현재 그의 작품들은 현재 캘리포니아의 'Muzeo Museum and Cultural Center', 'Brae Museum and Historical Society',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의 소장처에 보관돼 있다.

올해 9월4일~8일까지 열리는 키아프에 설치되는 그의 단독부스는 칼리파갤러리(대표 손경란)에서 진행한다.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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