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의 시대…특별법도 봇물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8-11 17:05:07

국회미래연구원 "육성 넘어 안보, 기술 주권"
산업부 산하 기관도 "신(新) 산업 정책"
기재부 '경제성장전략' 조만간 발표
반도체 이어 석유화학, 철강 특별법 잇따라

과거 압축적 개발 시기처럼 국가 주도의 산업 발전 전략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서 보듯 국가 차원의 통상 전쟁이 격화되고 있으며 기술 혁명과 기후 변화 등에 대응해야할 시대적 전환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다 직접적으로 개별 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들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0년대 이후는 기술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복합 위기 아래 산업 정책의 전략적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면서 "국가 전략 기능을 강화하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디지털 전환, 탄소 중립 전환,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을 들어 "단순한 산업 육성 차원을 넘어 산업 정책이 국가 안보, 기술 주권, 경제 회복력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해야 함을 시사한다. 다시금 정부의 전략적 개입이 강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질서의 개혁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제 '트럼프 라운드'를 목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유무역 체제가 약화될수록 정부는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

 

미래연구원은 "탈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는 가운데 주요국들은 자국 산업의 보호와 육성을 목표로 적극적인 산업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산업법(NZIA)과 핵심원자재법(CRMA) 등을 대표적 사례들로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기술진흥원도 관련 보고서에서 "최근 산업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에너지 전환 지원이나 경제 복원력 강화와 같은 광범위한 목표가 추가되면서 '신(新) 산업 정책'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면밀한 분석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는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기존 '경제정책방향'을 '경제성장전략'으로 명칭을 바꿔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 경쟁력 강화에 보다 적극 개입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AI 제조 로봇이나 자율주행 등 '초혁신경제' 분야를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방안이 핵심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최근 '제조업의 탄소 감출 비용 분석 및 정부 재정 지원 전략 마련'과 '중견 가맹본부의 전문화, 글로벌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화 방안' 연구 용역을 각각 발주했다. 에너지 전환과 프랜차이즈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 강화에 나서려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국회 차원의 법안 추진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관세의 직격탄을 맞은 철강 산업을 살리기 위한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 4일 발의됐다. 이례적으로 여야 의원(더불어민주당 어기구, 국민의힘 이상휘)이 공동 발의했고 전체 발의자 수는 106명에 이른다.

 

이번 특별법은 대통령 소속 특위를 설치하고 세제 및 재정, 국가 전력망 및 용수 공급 등 지원책과 함께 제품 구매 등에 나서도록 하는 내용이다. 자발적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적용 예외 특례와 불공정 무역 행위 대응 강화 등도 포함됐다. 여야가 뜻을 모은 만큼 법안 통과는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불황 업종인 석유화학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특별법 제정과 함께 여수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전남도 동부권을 친환경 스페셜티 화학 산업 거점으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지난 6월 민주당 주철현 의원이 발의한 석유화학 지원 특별법안의 핵심은 재정적 지원과 전기요금 감면 등이다. 

 

반도체 특별법안은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연구개발직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한 이견 때문인데,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330일(상임위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60일)이 걸린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 거세지면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정재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100% 관세 부과 예고를 거론한 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있는 반도체 특별법을, 현재 벌어지고 있는 관세 전쟁, 산업 현실,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전면 재논의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미래연구원도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 약화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기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65.6% 수준으로 여전히 우위에 있으나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1%에 불과하며 향후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AI 시대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연구원은 또 "중국 기술 굴기와 반도체 시장 점유율 확대 또한 한국 반도체 산업에 중장기적 위협 요인이 되고 있으며 주요국들의 자국 중심 공급망 정책 등 대외 환경 변화도 추가 부담"이라고 짚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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