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달리는 '막장 정치'…충돌·파행 일상화에 민생 실종

박지은

pje@kpinews.kr | 2024-07-26 17:21:29

민주당, 방통위 부위원장 탄핵소추안 제출…26일 처리 예고
이상인 자진사퇴, 尹 재가…용산 "野 방통위 무력화에 유감"
尹탄핵청원 청문회, 증인 불출석에 충돌…與는 필리버스터
물가·집값 뛰고 티몬사태 등 겹치는데 대책 없는 식물국회

22대 국회가 최악의 출발을 보이고 있다. 여야가 사사건건 충돌하며 파행이 일상화하는 모습이다. 국회가 임기 시작 두달이 다 돼 가는데 개원식도 하지 못한 건 부끄러운 현주소다.

 

여야는 26일에도 마주 달리며 벼랑끝 대치를 이어갔다. 경제·민생은 안중에 없는 태세다.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한 영세 상인들과 이용자들은 '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며칠째 고통을 받고 있다. 이날 두 회사 사옥은 환불을 받으려는 피해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물가와 집값은 무섭게 뛰고 있고 가계대출 확대 속도도 우려스럽다. 2분기 한국 경제는 민간소비·건설투자·설비투자 부진으로 뒷걸음쳤다. 그러나 정부·여당과 거야는 비민생·경제 이슈에 매달려 정쟁에 골몰하는 양상이다. 정국은 급랭하고 정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방송위원장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가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소속 의원 170명 전원 명의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방침이었다.

 

▲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 진행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그러자 이 직무대행은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기 전 자진사퇴했다.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직무가 정지돼 방통위 기능이 수개월간 마비되기 때문에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부위원장 사의를 수용했다.

 

방통위는 유일한 상임위원이던 이 직무대행의 사퇴로 상임위원이 단 1명도 남아 있지 않는 '0인' 체제가 됐다.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빵통위'가 된 건 초유의 사태다.

 

대통령실은 강하게 반발했다. 대변인실 명의 공지에서 "방통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야당의 행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회가 시급한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입법은 외면한 채 특검과 탄핵안 남발 등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날 국회 과방위에서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례적으로 사흘째 벌어졌다. 통상 하루에 끝나는 장관급 후보자 청문회가 사흘 동안 진행되는 건 유례를 찾기 어렵다.


민주당은 일방적으로 청문회 일정을 이틀로 잡았고 다시 "자료 제출 미비" 등을 이유로 하루 더 늘렸다. 기형적 국회 운영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를 깼다"고 격분했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과 이 후보자는 수시로 지나친 신경전을 벌여 빈축을 샀다. 이 과정에서 최 위원장이 "후보자의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해 논란을 불렀다. 이 후보자는 발끈하며 사과를 요구했으나 최 위원장은 "왜요. 뇌 구조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는 게 사과할 일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회 법사위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청원 2차 청문회를 실시했다. 야당이 단독으로 증인 채택한 김건희 여사 등의 불출석을 두고 여야는 시작부터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애초 이 청문회 자체가 '불법'인 만큼 당연히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했고 민주당은 '조직적 불출석'을 통해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김 여사는 물론 그의 모친인 최은순 씨,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 등 13명의 증인은 사유서도 내지 않고 무단으로 불출석했다며 성토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오늘 불출석한 증인들은 지난 24일 법사위에 상정된 '김건희 특검법' 입법청문회 시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우리가 불법청문회에 참석한 이유는 국민을 호도하는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재판 중이므로 관련법상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본회의에서는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는 야당과 저지하려는 여당의 대치가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대항하고 있으나 절대 과반의 거야는 강제로 종결한 뒤 표결을 강행했다. 방송4법 중 하나인 방통위 설치·운영법(방통위법) 개정안은 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민주당은 남은 3개 법안도 순차적으로 일방 처리할 예정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 요구대로 이날 본회의에 방송법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2차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법안 상정→여당의 필리버스터→야당의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단독 처리' 수순이 4번 되풀이되는 황당한 장면이 불가피하다. 22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식물국회'로 전락한 꼴이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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