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고무줄처럼 늘린 김영환 충북지사 투자유치 100조원

박상준

psj@kpinews.kr | 2024-06-12 16:21:16

역대 충북지사들 만큼 투자유치에 매달린 도백(道伯)도 흔치않다. '경제특별도 충북'은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정우택 전 지사의 캐치프레이즈였다. 그는 당시 취임 3년 만에 153개 기업,20조5979억원이라는 전국 최고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냈다고 발표했다. 언론인터뷰에선 '투자유치의 귀재'라는 별명까지 붙었다고 은근히 자랑했다.

 

▲ 민선 8기 투자유치 목표 100조원을 발표하는 김영환 충북지사.[충북도 제공] 

 

도 산하 충북개발연구원은 이들 업체가 투자를 완료하면 27조9100억여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2조3900억여 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발생하고 19만5113명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장단을 맞췄다.

 

하지만 당시 투자유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내용중엔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된 것도 꽤 있다. 예를 들어 충북도는 2008년 3월 세계최대 물류시설 개발업체인 프로로지스사가 5000억 원을 투자해 충주에 물류센터를 짓는다며 MOU까지 체결했으나 공수표만 날렸다.

 

특히 삼성에버랜드 등 6개 기업이 컨소시움 형태로 보은신청지구에 조성한다고 발표했던 300만평방미터의 종합리조트타운은 가히 '미스터리'다. 추진여부가 궁금해 보은군청 담당부서에 문의했더니 "소문만 들었다"고 했다. 거창한 마스터플랜으로 도민을 현혹시킨뒤 소리소문없이 폐기처분한 것이다.

 

전임 정 지사의 '경제특별도'를 평가절하했던 이시종 전 지사는 더 가관이다. '워커홀릭'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투자유치에 공을 들였지만 속 빈 강정처럼 '실패의 추억'도 여럿 남겼다.

 

특히 청주항공정비(MRO)단지를 유치한다고 큰소리 쳤지만 행정력, 혈세, 시간만 낭비하고 물거품이 됐으며 이란의 2조 원대 오송투자사업은 사기의혹까지 제기된채 유야무야됐다.

 

이 전 지사의 투자유치 과대포장은 국정감사에서도 수차례 드러났다. 민선 5~6기 이 전지사 재임중 548개 기업에서 총 43조 원대의 투자유치를 발표했지만 이중 73개 기업은 투자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이중 60개 기업은 아예 투자를 포기했다.

 

최근 김영환 지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투자유치 목표치를 돌연 100조 원으로 대폭 올렸다. 투자유치 실적이 당초 공약했던 60조 원의 80%가 넘는 50조 원을 넘어서자 새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김 지사의 노력을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50조가 어떻게 달성됐는지는 도민들이 더 잘 안다. 예전에 청주에 둥지를 틀었던 SK하이닉스가 최근 AI용 반도체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지난 4월말 청주 M15X에 20조 이상을 투자하고 LG에너지솔루션도 전기차 배터리 생산 및 배터리 소재 사업 등을 공격적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김 지사는 마치 자신이 유치한 것처럼 온갖 생색을 내면서 고무줄 늘이듯 임기내 100조원 투자유치로 사이즈를 대폭 키웠다. SK하이닉스와 LG에너지솔루션 같은 거대 글로벌기업들은 물론 건실한 중견·중소기업을 꾸준히 유치한다면 고용촉진, 세수확대, 인구증가 등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투자유치 목표액을 발표하려면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빈 깡통처럼 홍보만 요란하고 자기합리화로 지역주민을 현혹시킨다면 '사기극'으로 기억될 뿐이다. 리더란 모름지기 실현가능한 '아젠다'를 설정하고 공무원·도민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목표를 현실화해야 한다. '아니면 말고'식 투자유치 발표는 이제 식상하다.

 

KPI뉴스 / 박상준 충청본부장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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