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전기차 대신 AI로 난다…LG엔솔 이익 급증 전망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11-12 17:12:53
유럽에선 중국 업체에 점유율 내줘
글로벌 ESS 수요는 5년 후 2.4배 성장
"LG에너지솔루션, 2027년 이익 4조 전망"
배터리 업계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기대했던 전기차 수요는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나 AI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 기술 제품도 새로운 핵심 배터리 수요처로 부상 중이다.
배터리 역시 이제 AI 관련 산업으로 불릴 만하다. 대표적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이익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2일 교보증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은 지난해 11.5%에서 올해 1~9월 9.8%로 떨어졌다. SK온은 같은 기간 4.6%에서 4.3%로, 삼성SDI는 4.0%에서 2.8%로 움츠러들었다.
북미 시장의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고 유럽 시장에서는 한국이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탓이다. 앞으로 우리 기업의 고전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2032년 말까지 유지될 예정이었던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세액 공제는 지난 9월 말로 조기 종료됐다.
iM증권은 북미 시장의 전기차 침투율(신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약 10%에서 2030년 28%로 커질 것으로 봤는데 최근 20%로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9월 전기차 생산 감축에 돌입하는 대신 내연기관차 생산 확대 계획을 밝힌 것이 상징적이다.
유럽에선 자동차 탄소 배출량 규제가 강화되면서 9월까지 누적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7.7%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 업체들의 수혜는 크지 않다. 2022년 초만 해도 점유율이 70%를 상회할 정도였으나 올해 3분기 35%까지 낮아졌고 내년에는 3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 전기차 수요를 바탕으로 60% 수준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AI가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 업계에도 강력한 수요를 제공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북미를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재생에너지가 필수적으로 수반되면서 ESS도 빼놓을 수 없게 됐다. iM증권은 글로벌 ESS 수요가 2030년이면 올해 대비 2.4배 증가한 920기가와트시(G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수주 잔고는 지난 2분기 50GWh에서 3분기 120GWh로 급증했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의 일부 전기차 배터리 라인을 ESS 라인으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ESS는 전기차 수요와 달리 안정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는) 경기 변동, 소비자 선호, 보조금 정책 등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수요의 가시성이 높지 않다"면서 "반면 ESS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라는 구조적 요인에 의해 중장기적인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SS용 배터리는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수주 주기가 2, 3년 수준으로 짧고 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동률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AI 기술 발전과 함께 속도를 올리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로보택시 역시 배터리 업계에는 새로운 희망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3년 24억 달러 규모였는데, 2030년이면 75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테슬라의 로봇 '옵티머스' 대당 배터리 탑재량은 2.3킬로와트시(kWh)로 파악된다.
또 테슬라는 올해 말 1500대가량의 로보택시를 운영할 것으로 보이는데 감독 없이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최초의 로보택시를 내년 4월부터 양산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도 내년까지 상업 운영 로보택시를 35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부진을 겪어 온 배터리 업계의 실적 회복을 점쳐볼 수 있다. iM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5750억 원에서 올해 1조3700억 원으로 늘고 내년에는 1조7680억 원으로, 2027년에는 4조 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미국 행정부의 중국산 ESS 규제 강화에 따른 반사수혜로 LG에너지솔루션의 ESS 매출은 빠른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짚었다.
도전은 AI뿐 아니라 우주로도 향하고 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스타트업 '사우스8 테크놀로지스'와 항공우주용 배터리 셀 연구 및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우스8은 영하 20도 부근에서 정상적 작동이 어려운 기존 액체 전해질과 비교해 어는 점이 훨씬 낮은 전해질 생산 기술을 갖고 있다. 이번 협력은 에너지 저장 솔루션 분야 선도기업인 KULR 테크놀로지 그룹과 미국 항공우주청(NASA)이 추진하는 '항공우주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김제영 전무는 "액화 기체 전해질 기술이 극한의 추운 환경에서 발생하는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기술을 통해 극저온 환경의 항공우주 탐사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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